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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곰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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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곰 두 마리

입력
2015.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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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큰 곰 인형이 두 마리 있다. 곰인 만큼 다 둥글다. 곰은 알고 보면 포악하고 예민한 동물이지만, 사람 입장에선 둥근 게 좋은가 보다. 곰은 곰일 뿐인데, 곰이 사람의 관념 안에 서식하는 건가. 곰곰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된다. 왜 곰을 둥글다고만 여기나. 곰이 돼본 적 있나. 곰과 사랑해본 적 있나. 뭐 이런 생각하다 보니 사람이 다 싫다. 나도 사람이면서 사람의 생각이란 게 싫다. 안다고 판단하는 게 사람도 곰도 죽이는 것 같다. 곰 인형을 사랑하니 더 큰 곰을 찾는다. 막상 곰이 나타나서, 정말 크고 우람하고 분별도 없는 곰이 나타나서 사람한테 엉기면 그 곰을 사랑할 만한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 하다 보니 곰이 사람보다 낫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정말 곰 같은 생각. 사람한테 뭘 기대하느니 곰이나 보면서 아하, 으응 하는 게 낫겠다 싶다. 곰의 말은 참 차분하다. 왜냐면, 말이 없기 때문. 생각도 없어 보인다. 설사 생각하더라도 사람의 언어를 빌려 써 그걸 사람이 읊조리는 것일 테니, 그건 말이라도 말이 아니다. 곰 인형을 안았다. 냄새가 심하다. 세탁기에 돌릴까. 그러면 곰이 얼마나 힘들까. 사람들은 자기가 힘들 것부터 먼저 따진다. 사람이니까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헤아리는 게 과연 이해일까. 곰 인형을 안았다. 냄새 나고 더럽다. 이보다 깨끗한 사람 본 적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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