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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선포되면… ‘경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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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선포되면… ‘경주의 딜레마’

입력
2016.09.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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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 수학여행 취소 줄이어

3000억 넘는 관광 매출 날릴 판

지원금 200억, 문화재 편중 우려

“가을축제 등 실질적 조치 내놔야

“200억원 받기 위해 3,000억원을 날려야 하나요?”

여당과 청와대, 정부가 경북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결정함에 따라 재정 지원과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볼 예정이지만 정작 지역 관광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국제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재난도시로 바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연이은 지진에 가뜩이나 가을특수가 실종된 마당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위험지역이라는 인식이 퍼져 관광객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에는 이미 전국 학교들의 수학여행 취소 통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학생 안전을 이유로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한 후 전국 300여 초ㆍ중등 및 특수학교들이 취소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11월 초까지 이들 학교의 예약이 완료됐던 불국사 숙박단지는 가을 수학여행 관광 특수 40여 억원을 날리게 됐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가장 많은 555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K리조트도 올 가을 100건의 수학여행 숙박 예약 중 70건이 취소되는 등 보문단지 내 호텔과 콘도의 피해도 막심하다. 보문단지 관계자는 “경주지역 리조트 모두 수학여행과 가을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취소 통보로 50억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이은 지진으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21일 오후 경주 시내 한 대형 음식점에 손님 두 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연이은 지진으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21일 오후 경주 시내 한 대형 음식점에 손님 두 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특히 관광특수 실종이 현실화하고 있는 경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유ㆍ무형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주지역 피해가 문화재에 편중돼 정작 일반 민가 지원액도 적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주민 보상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복구를 위해 부담해야 할 지방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받게 된다. 현재 90여 억원으로 산정된 피해액이 추가될 경우 200억원 이상 국비 지원을 받더라도 경주 시민들이 받는 지원은 전기료, 통신비, 도시가스 요금 감면과 병역의무 이행기일 연기, 동원훈련 면제ㆍ연기 등에 그치는 것이다. 반면 지난 해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300만여명으로, 이들이 쓴 돈은 3,200억원이 넘는다. 경주가 여행기피지라는 인식이 장기화할 경우 예상되는 손실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게 뻔하다는 게 지역 관광업계의 생각이다.

주민 이민성(48ㆍ경주시 성건동)씨는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이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는 관광도시 경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상당수 경주 시민들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대신 경주 달빛기행, 재래시장 찾기, 정부 단위의 가을축제 개최 등 실질적으로 경주관광을 살리기 위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흠 경북관광협회 전무는 “외국에는 정부가 재난이 발생한 지역으로 관광을 유도하는 정책을 많이 쓰고 있고,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역발상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현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는 “경주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국제 관광도시 경주에는 상당한 이미지 실추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관광산업은 물론이고 한국수력원자력 연관업체의 경주 입주, 대학 학생모집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주=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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