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당사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입장 변화 없다” 결연한 모습
친박 최고위 소집 압박 계속되자
21시간 만에 예상 밖 회군
청와대와 결별 부담 컸던 듯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당내 공천 내분은 25일 오후4ㆍ13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을 2시간여 남겨 놓고 극적으로 봉합됐다.
오전까지만 해도 ‘대표직 사퇴’, ‘비상 수단’이란 용어를 써가며 김 대표를 압박한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세 차례나 “입장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김 대표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타협은 불가능해 보였다. 때문에 이날 오후 3시45분 김 대표가 4시간여간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종료되고 예상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 보류됐던 공천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당 안팎에서 ‘의외의 반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뒤이어 황진하 사무총장은 오후 4시30분 브리핑에서 “최고위에서 보류돼온 선거구 6곳 중 대구 동갑ㆍ달성ㆍ수성을 3곳은 (공천결과를) 의결했고 서울 은평을ㆍ송파을ㆍ대구 동을은 토론 끝에 상정하지 않았다”며 “오늘 부로 공천과 관련된 당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새누리당은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 대표는 오전 7시30분쯤 부산 자택을 나와 8시30분 김해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의도 당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10분. 그 사이 김 대표는 부산 자택과 공항, 그리고 당사에서 세 차례나 “입장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전날 밝혔던 ‘최고위 개최 및 추인 불가’ 방침은 확고해 보였다. 특히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최고위 개최 시간으로 요구한 ‘오전 10시’가 이미 지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서울행 비행기로 이동하는 사이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김 대표를 압박했다. 간담회에는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 서청원ㆍ이인제ㆍ김태호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대거 참여했다. 반면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은 불참했고 김 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공천 받은 후보들이 국민에게 심판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나”라고 친박계를 옹호하는 입장을 내비쳐 분위기는 김 대표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김 대표의 행보를 고의적인 ‘공천 보이콧’으로 규정하는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공세 수위는 거세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비상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서청원 최고위원도 “우리 당은 집단 지도체제로 당을 독선적으로 운용하면 안 된다”며 “모든 법적인 책임은 본인(김 대표)이 져야 한다. 사퇴를 하든 어떤 식으로든 자기가 책임질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러는 사이 오전 11시30분 김 대표 주재 하에 최고위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취재진과 당직자들 사이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국회 당 대표실이 아닌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는 경호원이 투입될 정도로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 봉쇄한 채 진행됐고 최고위원들은 햄버거와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정회를 한 차례 거칠 정도로 긴 시간 격론을 벌였다. 4시간여 진행된 마라톤 회의 도중 공관위원인 김회선 의원이 당헌ㆍ당규 책자를 들고 입장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대표 측근인 김학용 비서실장과 김성태ㆍ김용태ㆍ김종훈 의원 등이 회의장 옆에서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 간 정면충돌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최고위 회의가 끝나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후보 등록 2시간여를 남기고 파국은 막았다는 안도와 출마가 무산된 예비후보의 절규가 교차했다. 이날 당사에 6시간이나 머물며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인선(대구 수성을) 경북도 전 경제부지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출마가 무산된 이재만(대구 동을) 전 대구 동구청장은 당사를 항의 방문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저지 당했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피해 회의장 안쪽에 따로 마련된 통로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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