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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러시아 실종

입력
2017.09.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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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정책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낸 것은 노태우 정부 때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88년 7ㆍ7 선언에서 남북한 자유왕래 및 북한과 서방, 남한과 사회주의권의 관계개선 협력 등을 천명했다. 여기서 북방은 공산권을 의미했고, 공산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한반도 평화를 창출하는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는 독일 통일을 이끈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을 모방한 것이다. 이후 구소련 및 동구 국가와의 수교가 급속히 진행됐고,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건으로 잠시 주춤했다.

▦ 북방정책의 목표는 구소련 중국 등과의 관계 개선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1991년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라는 성과도 얻어냈다. 때문에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에는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남북한 관계에서 북핵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멀리 나아가지는 못했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발전속도에서 크게 달랐다.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국과의 교역은 급증한 반면 러시아와의 교역은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 너무 높아졌고, 러시아의 비중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 한국과 러시아 교역량은 2016년 134억달러에 그친 반면, 중국과의 교역량은 2,114억달러였다.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과 함께 어느 순간 러시아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북핵이나 사드배치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될 뿐, 러시아는 언론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져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런 구도가 우리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제건 안보건 중국에 ‘몰빵’을 하니 중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가 감기에 걸린다는 것이다.

▦ 러시아에서 우리 식품이나 전자제품 등의 인기는 대단하다. 사드 배치에 따른 불매운동 따위는 없다.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개척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주러시아 공사를 지낸 박병환 상명대 초빙교수의 얘기다. 그는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에서 벗어날 포트폴리오 시장으로,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유용한 외교적 카드로 러시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6, 7일)에서 ‘신북방정책’을 천명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터여서 신북방 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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