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현 기자

등록 : 2017.07.15 13:57
수정 : 2017.07.16 12:15

[드라이브 코스] 힐링이 필요한 당신, 제천으로 떠나요

등록 : 2017.07.15 13:57
수정 : 2017.07.16 12:15

울고 넘는 박달재를 넘어 배론 성지와 의림지까지

시내에서 ‘약채락’을 맛보고 청풍호로 향하는 근사한 드라이브

청풍호의 나무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는 건 어떨까? 사진=조두현 기자

산으로 둘러싸인 충북 제천은 예부터 약초가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조선 시대 때부터 시장이 형성돼 지금도 국내 3대 약령시로 손꼽힌다.

특히, 황기와 당귀는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 2010년엔 국제 한방 바이오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제천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에 약이 되는 기분이다.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인데, 굉장히 멀리 온 것처럼 자연의 웅숭깊은 모습과 마주한다. 인구 13만 명이 넘는 작은 시지만, 구석구석 둘러볼 곳도 참 많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보다 몇 시간이고 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식당에서 나오는 찬에서도 싱싱하고 건강한 향이 풍겨 나온다. 수도권에서 온다면 박달재에서 시작해 배론성지, 의림지, 시내를 훑고 남쪽의 청풍호까지 가보는 ‘ㄱ’자 코스를 추천한다.

울고 넘는 박달재, 이것은 실화?

때는 조선 시대, 경상도에 사는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중 제천에 이르렀다. 날이 저물어 한 농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그 집의 과년한 딸 금봉과 서로 첫눈에 반해버렸다. 둘은 매일 만났고 애정은 깊어갔다. 박달은 과거에 급제한 후 데리러 오겠노라 약속하고 고갯길을 오르며 한양으로 떠났다. 하지만 금봉 생각에 과거는 뒷전에 두고 애정 어린 시만 지었다. 박달은 결국 낙방하고 금봉을 차마 볼 낯이 없어 한양에 머무른다. 이를 모르는 금봉은 박달만을 기다리다 상사병이 나 한을 품고 죽는다. 뒤늦게 찾아온 박달은 애통해하며 고갯길에서 금봉을 부르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숨을 거뒀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박달재에 대한 알려진 설화다.

박달재에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하지만, 굴곡은 심하지 않다. 고갯마루엔 작은 산책길과 조각 공원이 마련돼 있다

이 이야기는 1948년 가수 박재홍의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가 흥행하면서 각색돼 유명해졌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가수이자 작사가였던 반야월이 지었다. 반야월은 지방 공연을 가던 중 우연히 한 연인의 이별 장면을 보고 됐는데, 그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고 한다. 한편, 가사 때문에 박달재를 천등산을 넘는 고개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천등산은 충주와 제천 경계에 있다. 박달재는 제천 봉양읍과 백운면을 잇는다.

고갯마루엔 둘의 러브 스토리를 주제로 한 작은 공원과 휴게소가 있다. 어디선가 계속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가 흘러나온다. 곳곳에 박달과 금봉을 형상화 한 조각이 있고, 짧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박달재 노래비도 있는데, 그 옆엔 반야월의 친일 행적을 고발한 단죄판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배론 성지, 관광지 아니고 성지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가톨릭 성지다. ‘배론(舟論)’이란 이름은 외래어가 아니라 이곳 지형이 배 밑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한자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은둔해 예배를 보던 곳이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성 요셉 신학교가 있었던 곳으로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곳이다. 조선시대의 두 번째 신부였던 최양업 신부가 1861년 이곳에서 순교해 그의 묘소도 마련돼 있다.

배론 성지는 경건한 마음으로 걸으며 순례하는 곳이다

성지 입구에는 복장과 용모를 단정히 해 경건한 마음으로 방문해 달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건물 양식과 참혹했던 역사가 엿보이는 최양업 신부의 벽화 등이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넓은 잔디밭을 지나면 ‘미로의 기도’라는 곳이 나온다. 바닥에 그려진 미로를 걸으며 신에게 경건하게 기도하는 장소다. 그곳에 적힌 이 글귀가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인생 여정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참고 견디면서 묵묵히 걸으면 반드시 약속은 이루어집니다.’

의림지, 어쩌면 제천의 시작

의림지의 물은 속이 보일 정도로 맑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손꼽히며 아직도 그 기능을 하고 있다. 제천(堤川)이란 지명도 예부터 둑이나 제방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 의림지의 정확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제천 10경 중 제1경으로 제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200~300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영호정, 경호루 등의 정자가 어우러져 멋을 더한다.

의림지는 제천 시민에게 어릴 적 소풍을 갔던 대표적인 유원지다. 입구에는 작은 놀이 공원이 있고, 오리배도 탈 수 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진 조명이 켜져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의림지와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가보면 수백 년 자란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숲을 만날 수 있다. 상쾌한 솔 내음과 피톤치드가 그윽하게 깔려있어 명상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약채락,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

제천 중앙시장 근처엔 '빨간 오뎅' 그리고 '약채락'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다

약채락(藥蔡樂)이란 ‘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으로 제천시가 만든 음식 브랜드다. 청정 지역인 제천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로 만든 한식을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한정식, 비빔밥, 약선차, 사상 체질 음식 등이다. 일부 식당에선 정식은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관광 안내소에 가면 대표적인 약채락 식당의 정보가 담긴 지도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시내 곳곳엔 제천의 명물로 자리 잡은 매콤달콤한 ‘빨간 오뎅’도 맛볼 수 있다.

교동 민화 마을, 발길 멈추는 그림들

교동 민화 마을 벽을 수놓은 그림들

제천 교동은 예부터 유교 문화가 강한 마을이다. 고려 시대 공민왕 때 세워진 향교를 중심으로 향약과 두레의 전통이 서려 있다. 최근 마을의 집 벽마다 민화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의 그림이 그려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육거리를 중심으로 ‘장생길’, ‘평생길’, ‘학업성취길’, ‘골목미술관길’, ‘출세길’ 등 테마를 나눠 이야기를 담았다. 민화 속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는 물론, 어벤저스, 박달과 금봉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림을 직접 그려볼 수도 있고, 한방 약초와 전통차도 음미해볼 수 있다.

청풍호, 그 하나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저 멀리 보이는 청풍대교

청풍호는 1985년에 충주댐이 생기면서 조성된 인공 호수다. 충주에선 충주호라고 부르고, 제천에선 청풍호라고 부른다. 소양호 다음으로 담수량이 많아 ‘내륙의 바다’란 별칭도 갖고 있다. 이곳엔 호수를 끼고 즐길 수 있는 놀 거리가 가득하다.

흐린 여름 하늘에 걸린 청풍호의 노을은 꽤 몽환적이다

청풍 문화재단지에선 53점의 문화재와 1,900여 점의 생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모두 충주댐 건설로 수몰됐던 문화유산들을 다시 한곳에 모았다.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난 길을 걸으며 오랜 세월 풍화를 견뎌낸 선조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청풍랜드엔 번지점프, 암벽등반, 케이블 코스터 등 다양한 레저 스포츠가 기다리고 있다. 청풍나루에서 유람선과 쾌속선을 타고 162m 높이의 물기둥을 뿜어내는 수경 분수를 지나보는 건 어떨까? 이 밖에도 모노레일 열차나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청풍호를 발아래에 두고 짜릿한 호반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청풍랜드에선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와 함께 번지점프, 암벽등반도 즐길 수 있다

청풍호는 그 하나만으로도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푸른 가로수들이 터널을 만들며 저 멀리 호수의 풍경을 보여줬다 가렸다 애를 태운다. 특히, 큰 길을 벗어나 성불사로 향하는 532번 도로로 접어들면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길은 거칠지만, 호수를 옆에 끼고 산속을 달리는 색다른 드라이브를 체험해볼 수 있다.

제천=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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