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이름으로 ‘시’지어 드립니다”…‘이름시’로 힐링하세요

알림

“이름으로 ‘시’지어 드립니다”…‘이름시’로 힐링하세요

입력
2017.10.23 18:56
0 0

음악인인 고득훈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한 편의 시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고씨 이름 석 자로 구성된 이 ‘이름시’가 자신의 음악을 응원한다는 내용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고씨는 “이름시를 처음 받았을 때 나와 음악과 하나된 느낌을 받았다”며 “이름시를 통해 지금은 힘들어도 앞으로 더 잘 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위로를 얻었다”고 흐뭇해 했다.

사람 이름으로 지어진 ‘이름시’가 네티즌들로부터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고득훈씨 페이스북 캡처
사람 이름으로 지어진 ‘이름시’가 네티즌들로부터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고득훈씨 페이스북 캡처

사람 이름으로 지어진 ‘이름시’가 네티즌들로부터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항상 불리는 이름으로 지어주는 데다, 자신만을 위한 시라는 점에서 위안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국내에선 공짜로 받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이름시 시인은 김영환(28)씨다. 지난 2015년10월부터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이름시 계정인 ‘행시’를 운영 중인 그는 현재까지 약 300여편의 이름시를 지었다. 그는 “처음에는 대학 대나무숲(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SNS의 공동계정)에 친구들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올리다가 반응이 좋아서 계정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광고 업종에 종사 중인 그는 틈을 내서 네티즌들의 제안이 오면 무료로 이름시를 지어주고 있다. 당초 시인이 꿈이었지만 취업을 위해 다른 분야로 사회에 입문한 그는 “내 이름시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되돌아 보고 꿈을 되찾았으면 한다”며 “경제적인 목적에서 이름시를 짓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엔 이름시를 한 데 묶은 ‘이름시집’을 온라인 서점에 출간한 바 있다.

그가 이름시를 짓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삼행시처럼 짓거나 이름자를 중간에 넣고 줄글로 풀어내기도 한다.

국내 대표적인 이름시 시인으로 알려진 김영환씨는 이름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시를 짓고 있다. 행시 페이스북 캡처
국내 대표적인 이름시 시인으로 알려진 김영환씨는 이름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시를 짓고 있다. 행시 페이스북 캡처

이름을 의뢰한 이들의 사연에 따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김씨는 “댓글로 신청을 받으면 따로 SNS를 통해 어떤 사연이 있는지 물어본다”며 “무엇 때문에 힘이 드는지, 어떤 꿈을 가졌는지를 묻고 그 사람만을 위한 응원과 위로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름시엔 별이나 하늘, 꽃 등 자연에 관한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김씨는 “능력으로 사람들의 이름을 줄 세우는 요즘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함을 많이 잊는다”며 “그 사람의 직업, 능력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그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맑은 단어를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인 고석균(25)씨도 지난 1년 반 동안 개인 SNS 계정에 7,000여편의 ‘이름시’를 쓴 다작가다. 온라인 상에서 감성적인 글귀들이 쉽게 소모되는 것을 보고 한 사람만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 ‘이름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요청을 받으면 그 사람의 SNS계정을 살펴 보고 그 사람의 고민을 파악해 그대로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SNS 개인 계정을 통해 ‘함봉식’ 이란 이름으로 ‘이름시’를 고석균 이름시 시인도 인터넷 상에선 지난 1년 반 동안 7,000여편의 이름시를 지은 다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고석균 SNS 캡처
SNS 개인 계정을 통해 ‘함봉식’ 이란 이름으로 ‘이름시’를 고석균 이름시 시인도 인터넷 상에선 지난 1년 반 동안 7,000여편의 이름시를 지은 다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고석균 SNS 캡처

그에게는 때때로 부모님의 이름으로 이름시를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30대 후반의 남성분이 어머니의 이름을 요청하셔서 어머니의 나이를 고려해 남은 인생은 정말 멋지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이름시를 전한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어머니는 암으로 투병생활 중이었고 시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 일을 계기로 ‘누군가에게 이름시가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름시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영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