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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강화됐는데… 길고양이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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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강화됐는데… 길고양이는 빠졌다

입력
2017.03.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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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생산업 허가제로 전환… 학대처벌 강화

길고양이 포획ㆍ매매 금지 포함 안 돼 ‘구멍’

지난 해 여름 부산 기장군 한 식용개 농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강아지들이 잔반을 먹어보려 애쓰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해 여름 부산 기장군 한 식용개 농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강아지들이 잔반을 먹어보려 애쓰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학대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환영하지만 아쉬운 점도 크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생산업이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다. 다만 기존에 신고를 한 생산업자들은 법 시행일로부터 2년간 허가요건을 갖추지 않고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도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또 투견 등 도박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 상품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동물보호법이 그 동안 상임위를 통과조차 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환영할만한 성과이지만 동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강화된 처벌 수준도 아직은 높지 않고, 피학대 동물의 긴급격리조치와 소유권 제한 등이 통과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특히 개정안에 길고양이 불법 포획·매매 금지가 포함되지 않은 데다 길고양이를 무분별하게 보호소로 입소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조항까지 추가돼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도 길고양이 포획과 매매를 막을 수 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뱅크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도 길고양이 포획과 매매를 막을 수 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뱅크

지난 해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포획해 끓는 물에 산채로 넣어 죽인 다음 건강원에 팔아 넘긴 사건의 경우 매매한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었다. 동물보호법 상 유기동물 등 보호조치 대상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길고양이는 구조·보호조치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길고양이가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무분별하게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져 안락사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길고양이를 포획, 매매로부터 보호하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동물학대 등을 금지하는 제8조의 경우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도 유실·유기동물, 피학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거나, 이를 알면서도 알선, 구매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길고양이의 포획과 매매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제8조의 경우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도 길고양이의 포획과 판매를 막을 규정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렇게 되면 제2의 나비탕 사건이 발생해도 또 다시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14조의 경우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이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동물(길고양이)에 대해 보호,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4항을 신설했는데, 이렇게 되면 민원만으로도 길고양이 보호소 입소를 가능하게 할 여지가 생기고 이는 길고양이의 안락사와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호소에 입소한 길고양이들의 경우 입양률이 낮은 반면 폐사율은 높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정통한 서국화 변호사는 “이미 길고양이 포획, 매매사건을 통해 기존 동물보호법의 처벌 공백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길고양이의 포획과 매매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설된 14조 4항과 관련해서도 그는 “길고양이가 학대 대상이 됐을 경우에 대비해 지자체가 길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 취지 자체에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무분별한 보호소 입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길고양이 복지를 위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학대당하거나 다친 길고양이를 지자체가 치료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보호소 입소 우려에 대해서는 동물단체, 전문가들과 만나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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