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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치 젤리, 대구 특산물로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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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치 젤리, 대구 특산물로 만들고파”

입력
2017.02.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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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정ㆍ동현 서문시장 오누이

‘멸치 장사’ 가업에서 힌트

대구 팝업스토어 본선에 올라

’서문시장과 아이들’의 권효정(오른쪽) 동현(왼쪽) 오누이가 1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아버지 권용수씨와 함께 멸치로 만든 ‘메로치 젤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게는 1981년부터 37년째 운영 중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서문시장과 아이들’의 권효정(오른쪽) 동현(왼쪽) 오누이가 1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아버지 권용수씨와 함께 멸치로 만든 ‘메로치 젤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게는 1981년부터 37년째 운영 중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37년 멸치 가업, 메로치 젤리로 잇겠습니다.”

10일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는 이색 메뉴가 선보였다.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이 콘텐츠와 상품을 결합한 ‘팝업스토어’ 본선에 출품한 ‘메로치 젤리’다. 메로치는 멸치의 경상도 사투리다.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젤리는 서문시장에서 40년 가까이 멸치소매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은 권효정(24·여·경북대 서양화과 졸), 동현(22·계명대 경영정보3)씨 오누이가 야심차게 내놓은 창업 메뉴다. 효정씨는 “우리 오누이를 키워 온 멸치의 맛과 영양을 함께 나누고 싶어 젤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멸치에 풍부한 칼슘 함유량을 높인 멸치 모양 젤리로, 멸치 맛은 나지 않는다. ‘서문시장과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메로치 젤리’를 내놓은 오누이가 멸치로 창업을 결심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 때문이었다. 1981년부터 서문시장에서 멸치를 팔고 있는 아버지 권용수(57)씨에게는 항상 멸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어릴 적 멸치 냄새가 부끄러워 친구들에게도 아버지 직업을 말한 적이 없다”는 효정씨는 철들고는 아버지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2013년 12월 대학 졸업작품전에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멸치 그림과 모형을 출품했다. “젤리 같은 멸치네”라는 친구의 말에 ‘멸치 젤리’에 착안한 효정씨는 인터넷을 뒤져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모양도 맛도 형편없었단다. 졸업 후 미술학원 강사를 하던 그는 “젤리는 원료 비율이 중요하다”는 말에 독학으로 젤리 제조법을 익혔다.

지난해 11월 드디어 4가지 종류의 젤리가 탄생했다. 칼슘과 비타민 등 영양도 듬뿍했다. 맛을 본 사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상품성이 있다”는 평에 멸치 가업을 이을 동생 동현씨를 끌어들였다. 동현씨는 싱싱한 멸치를 공급하고, 효정씨는 젤리를 만들었다. 아버지도 자신의 생업이 딸의 창업 아이템이 된 사실을 뿌듯해하며 경남 통영으로 트럭을 몰았다.

‘메로치 젤리’는 탄생했지만 막막하기만 했다. 마케팅과 유통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공식적인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은 터다. 그때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이 지역 대표 문화아이템을 발굴한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수상하면 유통까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이날 김광석거리에 선보인 문화아이템은 ‘메로치 젤리’와 ‘북성로 공구빵’, ‘1인용 쌀포장 패키지’, ‘양면 선글라스’ 등 9종이다.

“‘멸치가 대구에서 나지도 않는데 메로치 젤리가 무슨 대구특산물이냐’는 소리도 듣는다”는 효정씨는 “간고등어가 안동을 대표하는 전국 특산물이 된 이유는 제품의 특성을 파악해 살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민규 기자whitekmg@hankookilbo.com

’서문시장과 아이들’의 권효정(왼쪽) 동현씨 오누이가 10일 아버지가 37년째 운영하는 대구 서문시장 멸치 가게에서 ‘메로치 젤리’를 선보이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서문시장과 아이들’의 권효정(왼쪽) 동현씨 오누이가 10일 아버지가 37년째 운영하는 대구 서문시장 멸치 가게에서 ‘메로치 젤리’를 선보이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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