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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은 왜 다시 중국에 갔을까

입력
2018.06.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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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달 반 만에 세 번째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중은 그전 두 차례(3.25~28, 5.7~8)와 달리 ‘공식’ 방문이라고 한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이 직접 각종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풀어 나가려는 실용주의적 통치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대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런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일단 남북, 북미, 북중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다 확고하게 보장받고, 특히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기에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가 읽힌다. 그는 실패한 고르바초프가 아닌 성공한 덩샤오핑의 꿈을 북한 땅에서 재현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인한 제재에 막혀 그는 절치부심해야 했다. 북미 간 비핵화 프로세스에 맞춰 김 위원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재빠르게 복원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고자 한다.

대중 접근 방식이 이전과 달라 보이는 대목은 중국 공산당의 치당치국(治黨治國)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는 덩샤오핑 주도로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식 개혁ㆍ개방을 학습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북한 측의 당, 경제관료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경제발전 현장을 시찰하게 하고, 개혁ㆍ개방 경험을 아낌없이 전달하고 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20일 선포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단일노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난 5월 2일 평양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은 “조선이 중국의 국정발전 길을 따라 나서고, 조선이 모든 힘을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데 대해 힘껏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핵심 국정목표 달성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일 “북한의 개혁ㆍ개방 전략에 믿음직한 후방이 될 것”이라고 썼다. 물론 자주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중국식 모델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식 개혁개방 경험 학습을 명분으로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아 내려는 김 위원장의 새로운 접근법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은 북미, 남북 정상 간 논의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문제에서 중국의 참여와 일정한 역할을 보장해 주고, 대신 경제적 보상을 최대한 얻어 내려고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최대 소망사항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목표를 관철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북중 간의 경협이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중단에 북한 경제사령탑인 박봉주 내각 총리를 비롯해, 지난달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을 이끌고 중국의 개혁ㆍ개방 성과를 둘러본 박태성 부위원장이 포함된 점 등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당장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소 건설 지원, 일대일로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고속철ㆍ도로 건설 및 항만 개발, 농업 분야 등에서의 과학기술 협력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은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중 양국은 중국과 정치외교 부문 교류와 더불어 경제협력 확대, 인문교류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비핵화 진전과 함께 제재가 완화된다면 북중 관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약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북중 간 밀월관계가 완전한 비핵화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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