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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Merry Christmas vs. Happy Holidays!

입력
2016.12.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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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가 또다시 발끈했다. Christmas 시즌에 ‘Merry Christmas’가 아닌 ‘Happy Holidays’라고 인사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다. 남녀 평등이나 공정한 언어를 주창하는 Politically Correct 운동의 일환으로 유행이 된 인사다. Obama도 이에 찬성을 했다. 기독교 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는 Trump가 거침없이 말한 것이다. Blunt Trump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Merry Christmas’라고 인사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신론자이거나 타종교인이라면 이 인사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유별난 사람 중에는 ‘I don’t celebrate Christmas–I’m not a Christian’이라고 면전에서 대꾸하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연말연시에 누구나 즐겁게 주고 받는 인사말로서 종교와 무관한 표현이 필요했다. 그 결과 ‘Happy Holidays’가 나온 것이다.

같은 기독교인 중에서도 왜 하필 ‘Merry’라는 형용사를 붙이는가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15세기 영국에서 캐롤송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에서 시작됐다는 설명도 있다. Elizabeth 여왕이 방송에서 시민에게 ‘Happy Christmas’라고 인사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19세기에 미국 신학자 Clement C. Moore는 그의 크리스마스 시(poem)에서 Happy Christmas 어구를 사용했다. 영국의 소설가 Charles Dickens는 1843년 ‘A Christmas Carol’에서 ‘Merry Christmas’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크리스마스 카드에 비로소 ‘Merry Chistmas’ 표현이 등장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Happy Christmas’ 표현이 더 인기 있었다. 그러다가 Elizabeth 여왕이 happy보다 merry가 더 흥겹고 즐거운 어감을 갖는다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초기 교회 지도자들은 좀더 조용하고 오붓한 성탄절이라는 의미에서 merry보다는 happy를 선호했다. 반면 일반 대중은 절제된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보다는 성탄절 신나게 보내라는 뜻으로 ‘Merry Christmas’를 선호했다.

표현 방식은 시대상의 변화를 따른다. 공공 장소에서 내가 재치기를 하는데 옆 사람이 ‘God bless you’라고 하는 것이 영어권의 문화이고 매너다. 근래에는 무신론자인데 왜 God을 이야기하냐며 따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제 독일어 표현 Gesundheit(=Health!)나 스페인어 표현 Salud(=Your health 혹은 Cheers)라고 말하는 미국인이 있다. 아니면 ‘Tissue?’, ‘Are you okay?’ 또는 God을 빼고 ‘Bless you’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 표현 역시 무신론자나 타종교인을 배려한 공정 언어 차원에서 생겨난 결과다. 시대가 변하면서 성차별을 의식하는 중립 언어(neutral language)가 많아졌다. 이제는 다른 종교를 생각하는 언어(Religion-Fair Language)도 사회적 이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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