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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맨헌트’ 오우삼 “액션은 뮤지컬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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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맨헌트’ 오우삼 “액션은 뮤지컬과 비슷"

입력
2017.10.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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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위썬(吳宇森ㆍ오우삼)감독이 14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맨헌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위썬(吳宇森ㆍ오우삼)감독이 14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맨헌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뮤지컬 좋아해 액션 영화에 끌렸다는 ‘홍콩 누아르 거장’

검은색 선글라스에 성냥개비 혹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바바리코트를 입은 사내가 등장하면 ‘축제’는 시작된다. 도대체 어디서 날아온 지 알 수 없는 하얀 비둘기들이 후두둑 날아오르는 게 전조다. 숨 쉴 틈 없이 총알이 쏟아지면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 바바리코트를 뒤로 젖힌 뒤 바지춤에서 총을 꺼내 현장을 지배한다. 모든 시간은 그를 향해 흐른다. 세상 결연한 표정으로 아등바등 총을 난사하는 악당들의 시간과 달리 사내의 시간은 10배쯤 천천히 흐른다. 사내가 쌍권총을 손에 쥐면 축제는 절정에 이른다.

‘영웅본색’, ‘첩혈쌍웅’부터 ‘미션 임파서블2’까지. 우위썬(吳宇森ㆍ오우삼)감독하면 떠오르는 이 미장센은 홍콩 누아르의 정수이자, 액션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비극에도 때론 낭만이 자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1980~1980년대 ‘액션 로맨티시스트’였다.

액션 영화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에게 액션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우 감독은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액션이란 장르를 통해 힘 있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액션 영화에 대한 지론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 감독은 5분 여에 걸쳐 긴 답변을 내놨다. 그는 영화 ‘라쇼몽’으로 유명한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액션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유독 끌렸다.

그 이유로는 “어려서 뮤지컬을 매우 좋아했다”는 걸 꼽았다. 우 감독은 “액션 영화와 뮤지컬은 비슷하다”며 “무용을 좋아했는데 이 요소를 액션 영화에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유년 시절 얘기를 꺼낸 우 감독은 “사람을 때린 적도 다치게 한 적은 없다”며 액션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자신의 성격과는 상관이 없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우 감독은 1975년 영화 ‘철한유정’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액션 영화에 주력해왔다. 그만큼 액션 영화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그는 “전세계의 액션 배우와 스턴트맨을 존경한다”고 했다. 어느덧 일흔을 넘긴 그는 “그들과 일을 할 때 활력이 돋는다”며 “(스턴트맨들의) 도전하며 한계를 극복해 나가려는 정신이 마음에 든다”는 말도 보탰다.

우위썬 감독의 영화 '맨헌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우위썬 감독의 영화 '맨헌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1978년 일본 영화 모티프로 한 신작 ‘맨헌트’

우 감독의 신작 ‘맨헌트’는 이번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존경 받는 변호사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로 전락한 두추(장한위)와 그를 쫓는 형사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의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영화에선 현시대에 맞게 일부 내용을 각색했다. 원작에 없는 ‘여성 킬러’가 가장 큰 변화다. ‘맨헌트’에서는 배우 하지원이 킬러 레인 역을 맡아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우 감독의 영화에 여성 킬러 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 우 감독은 “여성 킬러 역으로 영화의 이야기가 풍부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감독의 영화에 앞서 일본에선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가 1976년에 상영된 바 있다. 우 감독은 “그 시대에 일본엔 좋은 영화가 많아 (이번에 리메이크로)소개하고 싶었다”는 말도 했다. 우 감독은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에 출연한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켄(1931~2014)의 팬이다.

이날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영화는 비둘기, 치열한 총격 장면 등 우 감독 특유의 영화적 기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지만, 요즘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다. 우 감독은 “영화를 찍은 젊은 관객들의 반응을 심각하게 고려하진 않는다”며 “내 영화 촬영이 옛 스타일일수도 있지만, 내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관객들에겐 좋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영화는 시대와 연령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란 말도 보탰다.

지나치게 옛스럽고 엉성한 이야기

‘홍콩 누아르의 거장’도 세월의 공격은 피하지 못한 듯싶다. 우 감독의 신작은 극 중 캐릭터의 말과 행동뿐 아니라 액션 장면도 지나치게 예스럽다. 이야기의 텃밭도 빈약하다. 거대 조직으로부터 길든 여성 킬러가 어떻게 자각을 해 아버지라 불렀던 조직의 수장에 총을 겨누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범죄 용의자와 형사가 우정을 쌓게 되는 과정도 덜컹거린다. 실제로 이날 시사회 현장에는 상영 도중 극장을 나간 관객이 적지 않았다. 배우들이 대사를 뜬금없이 영어와 일어 등 2개 국어를 번갈아 할 땐 객석에선 실소가 터졌다. 한ㆍ중ㆍ일 톱스타들이 모인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영화의 만듦새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우 감독은 “다음 작품은 유럽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맨헌트’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부산=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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