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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밀봉된 순환

입력
2016.0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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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로 꽁꽁 둘러싼 대형 볏짚덩어리는 추수가 끝난 겨울 들판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 돼버렸다. 썩지 않게 갈무리한 볏짚은 주로 축산농가에서 보조사료로 사용한다. 농가에서 소를 한 두 마리씩 기르던 시절, 볏짚은 잘게 썰어 쇠죽을 끓일 때 여물로 쓰거나 외양간 바닥에 깔았다. 가축들이 겨울을 나는데 없어서는 안될 든든한 식량이고 보온 재료였다. 덕분에 외양간은 물청소를 하지 않아도 오물 범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배설물과 버무려져 다시 모아진 볏짚은 한겨울에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자연스런 숙성과정을 거쳐 두엄이 되고, 이듬해 농사를 시작할 때 논과 밭으로 되돌아갔다. 축산업이 대형화되고 산업화하면서 축산분뇨는 이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폐기물로 취급되고 있다. 밀봉된 볏짚덩어리를 보면서 오랜 시간 익혀온 순환의 지혜를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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