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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교육은 교사다!

입력
2017.10.17 14:4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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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복불복’이라고 한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아이에게 무리한 사교육을 강요하지 않는 학부모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가 뭐래도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을 더 믿는다. 학원 강사보다는 학교 선생님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교육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있다. ‘좋은’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멀리는 자신을 지도한 선생님으로부터 가깝게는 자기 아이를 가르친 선생님을 경험하면서 생긴 감정이 있는데 국가의 교육정책에 대한 태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믿지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그럴수록 공교육 불신이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에 믿음이 안 생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의 일선 담당자, 바로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특정 학부모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학부모 집단의 감정이기에 문제가 된다.(학교 선생님을 믿는다고 개인의 생각을 말하면, 믿을 수 없다는 다수에게 왕따를 당하는 상황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만들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책 실패의 원인인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인 여론의 배경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바로 교사 집단의 신뢰 회복이라는 선행조치를 늘 빠뜨리기 때문이다.

내가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의 교사라면 무엇보다 학부모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생의 수업태도와 직결된 평소 심리상태를 좌우하고, 학교 수업과는 별개로 사교육 시간표를 짜는 학부모들에게 따로 놀지 말고 협력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학교의 교육활동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할 것이며 찾아오는 학부모들을 환대할 것이며 공개수업이나 학부모 상담에 정성을 다할 것이다. 내가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하는 학생들의 교장이라면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와 가정이 협력하여 믿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고 호소할 것이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무마하거나 회피하거나 전가하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대처할 것이다.

내가 사교육비 때문에 고통 받는 학부모들의 교육부장관이라면 교사 집단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교사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육 본질에 충실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잡무를 뿌리까지 뽑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그리고 지역교육지원청과 단위 학교로 이어지는 관료화된 조직체계를 모두 허물어 교실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들을 공교육의 주인공으로 받드는 조직과 문화로 일신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부적격 교원 퇴출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포함해 한시적으로 공교육 불만처리 학부모 민원센터를 대대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내가 백년대계를 요구하는 국민의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전문가들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다. 국가교육회의 역시 여론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먼저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고 입안하여 다시 결정권을 학부모들에게 위임하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다시 아이의 대학입시를 걱정하는 학부모가 된다면 공교육을 믿지 못해 사교육으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실을 고민할 것이다. 내 자식이기에 나라도 챙겨야 하지만, 그런 학부모 개인의 의도가 국가의 공교육을 불신하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고심할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국가의 교육정책을 논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왜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었는지, 학부모의 심정으로 말해야 한다. 공교육의 신뢰 회복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여하고 싶다면 말이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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