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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아에서 비행기 타려면 살찐 만큼 더 내라

입력
2017.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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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아 항공 여객기.
사모아 항공 여객기.

뚱뚱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공개한 국가별 비만율 지도에 따르면, 미국령 사모아가 인구 대비 비만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약 75%가 비만이다. 그렇다 보니 사모아 항공(Samoa Air)은 전 세계 항공사 중 처음으로 승객의 체중에 따라 항공료를 각각 달리 부과하기로 결정한다. 또한 몸무게 130kg 이상인 승객을 위해 일반석보다 약 30cm 공간을 늘린 ‘XL클래스’도 도입했다. 비만 승객이 보다 편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한 램프도 마련했다. 몸무게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일 수 있지만 본인도 눈치보지 않고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겠다.

‘XL클래스’ 도입 전 사모아행 비행기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
‘XL클래스’ 도입 전 사모아행 비행기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
사모아 항공의 XL클래스 좌석
사모아 항공의 XL클래스 좌석

사모아 항공은 설립 초기부터 승객의 체중에 따라 항공료를 받는 ‘중량제 항공료시스템’을 도입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몸무게를 재고, 몸무게에 따라 항공료를 내면 된다. 요금은 단거리 구간의 경우 1kg당 1달러, 장거리 구간은 평균 4.3달러 정도다.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인 후 탑승하는 승객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나름 획기적인 ‘다이어트 정책’이 아닌가 한다. 만약 한국에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돈도 아깝지만 체중 공개가 두려워 '비행 전 몸무게 줄이는 방법' 이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하다.

사모아 사람들이 그저 뚱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모아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프로레슬러 출신 ‘더 락’ 드웨인 존슨, 최홍만을 한방에 때려눕힌 마이티 모, 마크 헌트, NXT챔피언 사모아 조와 같은 건장한 남성들이 사모아 출신이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모아 사람들은 폴리네시아인으로, 뉴질랜드의 마오리 족, 피지언, 파푸아뉴기니언 등 우리가 흔히 보아 온 남태평양 사람들과는 직관적으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체격이 크고 건장하고, 직모가 많고 피부색은 구리 빛에 가깝다. 평균적인 몸집부터 일반인의 1.5배 이상이다. 힘의 강도는 '짐승'에 가깝다는 표현도 있다. 힘 좀 쓴다는 사람도 사모아 남자들이 자기 키보다 큰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모습을 실제로 본다면 꼬리를 내릴 게 뻔하다.

왜 유독 사모아 사람들만 뚱뚱해졌을까?

미국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이 5,000명이 넘는 사모아인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무려 25%가 비만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CREBRF라 불리는 비만 유전자는 ‘절약’(thrifty)과 유전자의 ‘유전적 변이’(genetic variant)의 합성어다. 이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모아인은 정상인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30~40% 더 높다. 유럽과 아프리카인에겐 거의 없고, 아시아에서도 흔치 않다.

건강미 넘치는 사모아인들
건강미 넘치는 사모아인들
남태평양 전통 카누
남태평양 전통 카누

사모아 사람들이 비만 유전자를 갖게 된 배경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사모아인들은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 남태평양 정복에 나섰다. 뉴질랜드ㆍ하와이ㆍ피지 등 굵직한 24개의 섬과 그에 딸린 작은 섬들을 모조리 정복했다. 당시 제국의 동쪽 끝은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칠레의 이스터 섬으로, 그들의 활동 범위는 태평양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당시 사모아인들의 조상이 24개 주요 섬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섬에서 섬으로 힘겨운 항해를 할 때 이 비만 유전자 덕분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저장해 식량 부족으로 힘든 나날들을 견딜 수 있었다. 혹독한 기아에 몸이 미리 대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굶거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도 생존할 수 있었다.

해류와 바람을 거슬러 머나 먼 곳으로 용감하게 항해를 했던 조상 덕에 사모아는 풍요롭고 비옥한 땅에서 세계 대전 시기를 제외하고는 외부의 침입도 받지 않고 대대손손 평화롭게 잘 살아가고 있다. 섬의 위치가 피지, 뉴칼레도니아, 타히티 등 다른 섬 나라들에 비해 적도와 가까워 일조량이 많고 습도가 높아 연중 꽃과 풀이 무성한 ‘에덴동산’이며 ‘울긋불긋 꽃동네’이다.

만약 ‘더 락’ 드웨인 존슨이 목소리 출연 한 애니메이션 ‘모아나(Moana)’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 모아나는 아버지 투이 추장의 명령을 어기고 홀로 바다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바다를 통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모아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와 함께 사모아인들은 대대손손 뚱뚱하게 살아야 하는 운명도 함께 물려받았다. 뚱뚱한 것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민족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살이 찌면 찔수록 더 비싸게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사모아 여행TIP ①남태평양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여행지

사모아 전통공연 모습
사모아 전통공연 모습
코코넛으로 장식한 주스 컵.
코코넛으로 장식한 주스 컵.

사모아는 2015년 ‘론리플래닛’ 선정 ‘남태평양에서 가장 저렴한 여행지’ 1위로 꼽혔다. 하루 40~60 미국 달러 정도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특히 비치 팔레(Beach Fale) 해변 바로 옆에 자리잡은 숙소는 하루에 조식과 석식을 포함해 3~4만원 정도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새벽 어시장에 가면 어른 머리만한 참치를 2~3만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갓 잡은 생선을 고소한 기름에 튀겨 바다내음과 쫄깃한 육질이 살아있는 ‘피쉬 앤드 칩스’가 3,000원 정도다. 수도 아피아(Apia)의 중심가에는 대형 마트도 여럿 있다. ‘새우깡’, ‘오징어 칩’, ‘짱구’ 등 한국의 과자와 라면, 소스 등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바로 옆 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다.

미국령 사모아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남태평양 섬이다. 과거 원양어선의 전진기지였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령 사모아에는 한국인이 140명 정도지만, 한 때는 3,000명이 넘게 살았다. 반면 서 사모아 주민으로 등록된 한국인은 0.5명이라고 한다. 제리(Jerry) 한국 총영사의 우스갯소리인데, 본인의 아버지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모아에는 0.5명이 살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한국 사람이 없는 나라도 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사모아 여행TIP ②어떻게 갈까?

피지, 뉴질랜드, 호주를 경유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선 3개 항공사가 매일 운항하고, 피지에서는 피지에어웨이즈가 주5회 운항한다. 출발시간은 매일 다르고, 가끔 예고 없이 변경이 될 수 있으니 확인은 필수다. 피지에서 사모아까지는 1시간 40분이 소요되며 시차는 1시간이다.

1. 한국-피지(9시간40분, 대한항공)-사모아(1시간40분, 피지에어웨이즈)

2. 한국-뉴질랜드(11시간30분)-사모아(주7회, 4시간, 에어뉴질랜드, 버진, 피지에어웨이즈)

3. 한국-시드니(주2회, 10시간30분)-사모아(주2회, 5시간40분, 에어뉴질랜드, 버진, 피지에어웨이즈)

사모아 여행TIP ③언제 가면 좋을까

사모아의 연 평균 기온은 27℃ 정도, 우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지만 보통 1~2월에만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다. 따라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12월 초까지다. 습도가 높은 편이지만, 동남아처럼 찝찝하고 후덥지근하지는 않다.

사모아의 랜드마크 토수아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 곳’에 늘 선정되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신비한 천연 수영장’으로 불린다. 최근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엔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주한 사모아 관광청(samoatravelkorea@gmail.com)에 연락하면 자세한 여행사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DaisyParkKorea@gmail.comㆍ사진제공 사모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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