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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개 전구로 수놓은 도쿄 ‘빛의 거리’를 걷다

입력
2017.12.19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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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 앞 마루노우치 거리의 일루미네이션. 좁은 도로의 양편 가로수에서 발산하는 따스하고 황홀한 불빛에 퇴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최흥수기자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 거리의 일루미네이션. 좁은 도로의 양편 가로수에서 발산하는 따스하고 황홀한 불빛에 퇴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최흥수기자

최근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특색 있는 지방 소도시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도쿄는 여전히 트렌드를 선도하고 문화, 쇼핑, 전통에 이르기까지 일본 여행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는 곳이다. 서울의 ‘I.SEOUL.U’처럼 도쿄의 관광 브랜드는 ‘Tokyo.Tokyo old meets new’다. 붓글씨와 고딕체로 영어 ‘도쿄’를 반복해 전통과 최신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쿄도 이방인의 도시다. 수많은 사람들과 매일 어깨를 부딪히고 말을 섞지만, 어둠과 함께 찾아 드는 공허함의 본질은 어쩌지 못한다. 겨울이면 더욱 스산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도시는 불을 밝힌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혼자만의 소소한 사치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올 겨울 도쿄관광재단이 제안하는 ‘도쿄 일루미네이션’ 여행지와 ‘스몰럭셔리’ 포인트를 소개한다. 여행에서 ‘스몰럭셔리’는 가치 소비와 통한다. 이를테면 이름난 브런치 카페를 찾고, 격식 있는 한 끼 식사를 즐긴다거나, 하룻밤쯤은 분위기 좋은 호텔에서 보내는 식이다.

도쿄 최고 번화가의 빛 축제, 마루노우치와 긴자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는 ‘도쿄 일루미네이션’의 첫손가락에 꼽는 곳이다. 역 건물을 정면으로 두고 왕복 8차선 도로 사이에 조성한 넓은 보도와 첫 번째 골목이 빛 장식으로 십자가처럼 연결된다. 일방 통행의 좁은 도로는 차량 통행을 막아 퇴근길 시민들과 관광객 차지가 된다. 땅만 보고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 한번쯤은 위를 올려다 본다. 약 1.2km구간 200그루가 넘는 가로수에 설치한 조명이 따스하다. 은은한 ‘샴페인 골드’ LED전구 98만개가 반짝이는 빛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정제된 느낌이다.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도심을 밝히는 일루미네이션은 내년 2월 18일까지 이어진다.

퇴근길 시민과 관광객들이 마루노우치 거리의 일루미네이션을 즐기고 있다.
퇴근길 시민과 관광객들이 마루노우치 거리의 일루미네이션을 즐기고 있다.
도쿄역사 야경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는 모습.
도쿄역사 야경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는 모습.
도쿄는 서울에 비하면 겨울이 따뜻하다. 아직도 잎이 매달린 은행나무가 보인다.
도쿄는 서울에 비하면 겨울이 따뜻하다. 아직도 잎이 매달린 은행나무가 보인다.
마루노우치 일루미네이션 불빛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마루노우치 일루미네이션 불빛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마루노우치 거리는 자연스럽게 인근 긴자로 이어진다. 이른 아침 긴자의 브런치로 여정을 시작한다면 ‘bills긴자’를 추천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진출한 이 레스토랑은 일본의 팬케이크 붐을 주도할 만큼 사랑받는 곳이다. 가격은 1,600엔부터. ‘히가시야 긴자’는 일본 전통 차와 화과자로 유명하다. ‘현대적인 티 살롱’을 추구하는 이곳의 추천 메뉴는 계절 차와 화과자 세트(1,900엔). 고급 일식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 전문점으로는 ‘다마사카 마루노우치’를 추천한다. 통유리로 마루노우치의 거리를 내려다보며 조금은 사치스런 디너를 만끽할 수 있다. 26종의 요리가 나오는 니노마루 코스 가격은 8,640엔. 40년 전통의 꼬치튀김(쿠시아게) 전문 ‘한테이’ 신마루빌딩점은 이보다 조금 저렴하다. 식사와 디저트가 포함된 코스가 5,500엔.

일본 트렌드 리더들의 성지, 오모테산도

오모테산도는 도쿄의 유행을 선도하는 거리다. 지하철 오모테산도역에서 메이지진구마에(明治神宮前)역까지 약 700m 도로 양편으로 쇼핑몰이 늘어서 있다. 대표격인 ‘오모테산도 힐즈’는 건축미가 돋보인다. 4층짜리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한 쇼핑몰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감수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지하 3층~지상 3층에 입주한 83개의 가게가 개방형 공간과 나선형 통로로 연결돼 감성 쇼핑을 자극한다.

낡은 아파트를 쇼핑몰로 개조한 오모테산도힐즈. 마지막 한 채는 외관을 그대로 두었다.
낡은 아파트를 쇼핑몰로 개조한 오모테산도힐즈. 마지막 한 채는 외관을 그대로 두었다.
오모테산도는 서울의 가로수길 압구정 청담동의 요소를 두루 갖춘 트렌드 세터들의 거리다.
오모테산도는 서울의 가로수길 압구정 청담동의 요소를 두루 갖춘 트렌드 세터들의 거리다.
오모테산도 거리와 연결되는 메이지신궁. 우거진 숲과 넓은 산책로를 갖춰 도쿄시민도 즐겨 찾는 곳이다.
오모테산도 거리와 연결되는 메이지신궁. 우거진 숲과 넓은 산책로를 갖춰 도쿄시민도 즐겨 찾는 곳이다.
종교시설이라는 거부감을 걷어낸다면 메이지신궁은 자체도 훌륭한 도심 숲이다.
종교시설이라는 거부감을 걷어낸다면 메이지신궁은 자체도 훌륭한 도심 숲이다.

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모테산도 거리는 메이지신궁으로 연결된다. 메이지 천황과 부인의 영혼을 안치한 신사다. 일본 전역에서 기증한 365종 12만그루의 나무가 풍성한 숲을 이뤄 복잡한 도심에서 허파 같은 휴식공간이다. 활엽상록수가 많아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찾는다. 신사까지 갈 것 없이 드넓은 산책로만 걸어도 여행의 피로를 한 꺼풀 풀어낼 수 있다.

겨울이면 오모테산도도 빛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90만개의 LED 조명이 거리 양쪽의 느티나무 가로수를 포근하게 감싼다. 왕복 6차선으로 도로가 넓은 편이어서 마루노우치에 비해서는 집중도가 떨어진다. 이곳 일루미네이션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까지 불을 밝힌다.

오모테산도는 시부야에서 가깝다. 시부야 뒤편 거리를 통칭하는 ‘오쿠시부야’에는 이름난 제과점과 카페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365일’은 오쿠시부야에서 가볍게 아침을 때우기 좋은 곳이다. 6평 남짓한 작은 빵집에서 7명의 제빵사들이 쉬지 않고 빵을 만들어도 진열장이 금세 동날 만큼 인기다. 오전 7시부터 영업한다.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는 이들에겐 ‘푸글렌도쿄(Fuglen Tokyo)’가 제격이다. 노르웨이 ‘푸글렌오슬로’의 첫 해외점포로 뉴욕타임스가 ‘커피 한 잔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갈 가치가 있다’고 극찬한 카페다. 오전 8시(주말은 10시)에 문을 연다. 오모테산도의 ‘브라운라이스(BROWN RICE)’는 퓨전 스타일이면서 자연주의 일본 가정식을 추구한다. 대표 메뉴인 ‘슌야사이노세이로무시젠’ 가격은 1,700엔(주말엔 500엔 추가), 영업시간은 오후 6시까지다.

도쿄 속 별세계 호사스런 일상탈출, 롯폰기

롯폰기는 호화 맨션과 고급 바가 몰려 있고, 쇼핑몰마다 화려한 네온과 인파로 가득한 곳이다. ‘롯본기힐즈’에서는 도심 야경과 일루미네이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미술관을 겸하고 있는 모리타워 52층 전망대에서는 넓은 통유리창으로 도심을 골고루 조망할 수 있다. 500엔을 더 내면 옥상 ‘스카이데크’까지 올라간다. 동쪽으로는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스카이라인이 펼쳐지고, 맞은편으로는 후지산 자락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아름답다. 저녁 바람이 차다 해도 영하 10도에 단련된 한국인에겐 별 거 아니다. 도쿄는 겨울에도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는다.

모리타워 52층의 전망대 겸 모리미술관.
모리타워 52층의 전망대 겸 모리미술관.
야외 ‘스카이데크’로 나가면 에펠탑을 닮은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야외 ‘스카이데크’로 나가면 에펠탑을 닮은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반대 방향에서는 후지산(가운데 볼록한 부분) 자락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아름답다.
반대 방향에서는 후지산(가운데 볼록한 부분) 자락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아름답다.
롯폰기힐즈 스카이데크에서 보는 도쿄 도심의 야경.
롯폰기힐즈 스카이데크에서 보는 도쿄 도심의 야경.
모리타워 아래의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 촛불처럼 따스한 느낌이다.
모리타워 아래의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 촛불처럼 따스한 느낌이다.

모리타워 아래 케야키자카 거리도 오후 5시부터 따스하게 조명을 밝힌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스폰서로 참가해 ‘케야키자카 갤럭시 일루미네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차선 도로의 가로수에 도회적인 색상의 ‘스노 앤드 블루(Snow & Blue)’와 촛불의 따스함을 전하는 ‘캔들 앤드 앰버(Candle & Amber)’ 조명이 번갈아 가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시 25일까지 이어진다.

‘머서브런치(MERCER BRUNCH) 롯폰기’는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집이다. 대표 메뉴인 브뤼오시 프렌치 토스트 브런치 가격은 1,700엔부터다. 오전 10시(주말은 9시)부터 영업한다. ‘츠타야 도쿄 롯폰기’는 타츠야 서점과 스타벅스가 결합한 롯폰기의 명소다. 4만5,000여권의 장서를 구비한 대형 북 카페로 한 템포 쉬어 가는 공간으로 제격이다. 롯폰기힐즈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아자부주반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그득하다. 창업 200년의 메밀국수(소바) 집인 ‘소우혼케 사라시나호리이’ 본점도 그 중 한 곳. 830엔대의 메밀국수부터 7,000엔대 코스 정식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도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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