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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잃은’ 슈틸리케를 누가 따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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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잃은’ 슈틸리케를 누가 따를까

입력
2017.03.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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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패배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파주 NFC 훈련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중국과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패배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파주 NFC 훈련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3일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원정 패배가 결정타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감독 경질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는 28일 시리아와 7차전 홈경기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직후인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대회 초반 불협화음이 적지 않게 노출됐다. 감독 전술이 “구닥다리”라는 말부터 선수 사기를 고취시키고 핵심 공략점만 짚어야 할 경기 전날 미팅 때 고리타분한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그 해 여름 동아시안컵 우승에 이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승승장구하자 이런 저런 불만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중국전 패배로 다시 불거졌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작년 말 본보 인터뷰에서 “약 팀과 경기에서는 선수들 컨디션을 유지하고 자신감만 부여하면 된다. 선수를 많이 바꾸면서 경쟁을 유발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 강 팀을 상대하려면 반드시 조직력이 필요하다. 선수 간 경쟁은 팀이 강해지는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데 끊임없이 선수를 바꿔 조직력이 헐거워졌고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감독의 장기적인 팀 운영에 의문을 가질 만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패한 뒤 슈틸리케 감독 거취를 묻자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는 졌지만 내용은 (경질을 논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이 한 수 아래라지만 늘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평가는 중국 원정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종예선 내내 보여준 아슬아슬한 행보가 화산 분출하듯 폭발했다고 봐야 한다. 선수 선발, 전술전략 부재, 자신의 사단으로 코칭스태프를 꾸리지 못하는 빈약한 인적 네트워크 등 여러 가지가 지적되지만 핵심은 ‘선수들이 여전히 감독을 신뢰하고 있느냐’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건 감독이 아닌 선수다. 명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동기부여 극대화다. 하지만 선수가 감독을 믿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여부를 고민할 때 가장 유념할 대목이 여기에 있다.

감독 교체 후폭풍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한국 축구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명예롭지만 잘못하면 한국 축구의 모든 문제를 뒤집어쓰는 자리라는 뜻이다. 한국 축구 사령탑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남짓이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감독대행을 제외하고도 9명이나 거쳐 갔다. 새 감독을 뽑을 때마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길게 보자’던 목소리가 지금은 잘 안 들린다.

‘대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과 남미의 명장들? 연봉이나 계약 조건이 녹록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감독에게 쓸 수 있는 예산이 갑자기 껑충 뛸 수도 없는 노릇. 늘 ‘저비용 고효율’의 지도자를 찾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무작정 믿고 가자는 말이 아니다. 감독과 선수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어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경질하는 게 맞다. 하지만 바꾸자는 주장에 앞서 최소한 한국 축구가 사령탑을 교체할 때마다 겪은 시행착오도 한 번쯤은 곱씹어 보자.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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