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체포된 날 도 변호사 접촉
만난 경위ㆍ배경 관련 집중 추궁
경찰수사 관여 정황 땐 직권남용
댓글조작 인지 여부도 주목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 일당의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8시간 동안 조사했다. 오사카 총영사직 청탁 좌절 뒤 드루킹 일당의 김경수 경남지사 협박 과정에서 관여 사실이 드러난 백 비서관이 댓글조작 인지나 사건 무마, 나아가 권한 남용 정황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 비서관은 김씨 일당의 인사청탁과 협박 사건 뒤처리를 맡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올 2월쯤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경수 경남지사로부터 “드루킹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김 지사의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건넸던 사실을 거론하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회원 도모(61)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이후 백 비서관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백 비서관은 지난 3월21일 도 변호사에게 직접 만나자는 연락을 취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28일 청와대 연풍문 2층카페에서 1시간 가량 실제 만남을 가졌다. 드루킹 김씨 구속(3월25일) 직후다. 청와대는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난 데 대해 “도 변호사와 드루킹과의 관계, 경공모와의 관계 등 정황을 파악하기 위한 만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시기와 백 비서관의 담당 업무가 맞물려 뒷말이 나왔다. 그가 도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한 날이 드루킹 김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된 날인데다, 백 비서관은 경찰과 검찰 등 사정기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당시 도 변호사는 오사카 총영사직 추천과 관련한 면담이었다고 밝혀 쌍방의 말이 엇갈렸다.
하지만 특검은 백 비서관을 상대로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내정돼 인사 검증 차원에서 볼 이유가 없는데다, 드루킹 협박이 있고 난 한 달 뒤 경찰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시점에서 도 변호사를 만난 경위와 배경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백 비서관이 당시 경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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