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고] 레드오션 방송 시장의 진단과 해법

입력
2016.12.01 13:56
0 0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방송’이라면 ‘지상파 방송’이 전부였다. 하지만 1995년 케이블TV, 2002년 위성TV, 2007년 IPTV, 2011년 종편 등이 방송시장에 뛰어들면서 이제 시청자들은 다양한 방송 플랫폼으로 수백개 채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비해 큰 비용부담 없이 시청 편의성과 채널 선택권이 향상되었으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사업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경영 환경의 척박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방송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수의 경쟁자가 참여하면서 극심한 ‘레드오션’ 시장이 된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인은 각 매체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익모델이 정상적으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방송시장이라면,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수신료’를, 유료방송은 가입자의 ‘가입료’를, 민영방송은 ‘광고매출’을 주재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기형적일 만큼 전체 방송 매출 중 ‘수신료’와 ‘가입료’의 비중이 심각하게 낮다. 결국 ‘광고매출’을 놓고 매체 간 경쟁이 그야말로 사생 결단의 지경에 이르렀다.

해외 주요 방송시장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왜곡된 방송 현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처럼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2014년 기준 전체 방송매출 중 ‘수신료’의 비중은 각각 27.3%, 30.7%이고, ‘유료방송 가입료’의 비중은 35.9%, 27.2%이다. 즉, 전체 방송시장이 광고매출에 의존하는 비중은 각각 36.8%, 42.1% 수준이란 의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체 방송시장 매출 중 ‘수신료’의 비중은 4.2%, ‘가입료’ 비중은 17.9%에 불과하다. 전체 방송사업자의 무려 77.9%가 광고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영국, 프랑스에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비중이다. 공영방송 수신료가 없는 미국, 중국의 경우도 ‘유료방송 가입료’가 전체 매출의 각각 52.4%, 60.9%를 구성하며, 광고 시장 의존도는 47.6%, 39.1% 수준에 그쳤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시된 비교 국들의 유료방송 가입률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수준으로 낮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간절한 건강한 방송시장을 위한 처방은 전체 방송재원 중 ‘수신료’와 ‘유료방송 가입료’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모두가 살얼음을 걷는 방송시장의 ‘레드오션’ 현상이 장기화, 고착화되면,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뻔하다. 시청률과 수익성이 다른 모든 가치를 우선하게 되면 사업자들이 소수의 특정 장르와 콘텐츠에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시청률 톱 50 이내에 진입한 교양ㆍ보도프로그램이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급감했다. 좋은 프로그램일지라도 수익성이 낮으면 시청자들에게 제공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냥 사업자를 비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공적 책임에 맞는 충분한 수신료를 받고, 유료방송이 서비스 수준에 걸맞는 적절한 가입료를 받을 때, 비로소 방송시장의 위축된 혈관들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각 기관도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랜 논란인 ‘지상파 재송신’ 문제도 이 해법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 모른다. 모두가 생존의 위기를 느끼는 것에서 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과 공공성은 ‘다매체 다채널’이 보장해주지 못한다. 큰 그림 속에 정상적인 방송시장을 구축해가는 노력이 간절한 시점이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 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