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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뾰족한 혁신 동력 없이 기업만 옥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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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뾰족한 혁신 동력 없이 기업만 옥죄여

입력
2018.05.08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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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늦게 확정한 13개 성장동력

빅테이터ㆍ드론 등 재탕 정리한 수준

세부실행계획도 차일피일 미뤄

#2

청와대, 남은 4년 경제 분야 숙제로

통신료 인하ㆍ재벌개혁 등 꼽아

기업들 “규제 완화는 기대 난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다. 2016년의 2.9%를 뛰어넘으며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 정부는 이런 경제성장률이 소득주도성장의 효과이자 향후 가능성이라고 해석하지만,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기업들은 이전 3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 따른 기저(基底)효과에다 유래를 찾기 힘든 반도체 장기호황의 착시효과로 인한 ‘반쪽 성장’으로 인식한다. 재벌 개혁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압박 정책이 한꺼번에 몰아치며 기업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란 신음을 토한다.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에 가려 혁신과 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이다.

속도 안 나는 혁신성장동력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다. 이중 소득주도성장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 16.4% 인상을 결정해 올해 1월부터 시행했고, 주 최대 52시간 근무는 법 개정을 끝내 오는 7월 300인 이상 사업장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부 출범 1년 만에 소득주도성장은 큰 걸음을 내디뎠지만, 혁신성장을 위한 13개 성장동력은 정부 출범 뒤 7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말에야 확정됐다.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스마트로봇 신재생에너지 등 13개 성장동력 자체도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하던 것을 통합ㆍ재정리한 수준이라 새로운 게 없다.

정부는 2022년까지 13개 성장동력에 7조9,600억원을 투자해 5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3월까지 분야별 계획을 구체화해 수립하기로 한 정부차원의 혁신성장동력 세부실행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남북대화가 급진전했고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면서 산업경쟁력을 키울 성장동력 정책은 뒤로 처지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문제와는 관련 없고 내용도 거의 됐는데, 부처들이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단계”라며 “이달 중에는 실행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으면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데, 분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성장 분야에서는 점수를 좋게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수출주도 성장의 대안으로 제시한 소득주도와 혁신성장 정책은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특히 혁신성장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혁신과 성장을 위해선 시장을 믿어야

청와대는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1년, 국민께 보고 드립니다’란 제목의 자료집을 통해 취임 1년의 성과와 남은 4년간 해결할 15개 숙제를 제시했다. 이 중 경제 분야 숙제는 통신요금인하, 임금격차해소, 가맹점보호, 재벌개혁 정도다. 혁신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완화 등은 숙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성 같은 정책을 이번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시장질서가 왜곡돼 있다는 인식 아래 정부가 나서서 교정해야 한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이 정부를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은 세계경제포럼(WEF)의 규제부담 지수에서도 나타난다. 순위가 낮을수록 규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의미인데, 한국은 2009년 이후 100위권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37개국 중 95위로 하위권이었다. 반면 중국은 2008년 이후 20위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정부에 느끼는 불안감은 미국이나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규제가 그대로인데 생산비용은 급증하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마당에 굳이 국내에 생산시설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외환위기 시절 수준인 70.3%까지 떨어졌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법과 제도 이외에도 정치적 철학에 의한 유무형의 기업 옥죄기 정책이 계속되는 한 기업의 혁신과 성장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주도 내수산업 육성을 위해선 서비스산업 성장이 필수적”이라며 “서비스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급 측면에서의 서비스산업 기반을 닦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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