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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전문가 인터뷰] “미중 두 사자 사이, 스스로를 지키는 고슴도치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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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전문가 인터뷰] “미중 두 사자 사이, 스스로를 지키는 고슴도치가 돼라”

입력
2017.0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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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협상가

도전자 중국 상대하는 과정서

본보기로 불똥 한국에 튈 수 있어

전작권ㆍ분담금 카드로 협상해야

외교 채널 고집말라

대북 제재 압박 후 로드맵 짜야

사드 배치 없으면 병력 뺄 수도

재계ㆍ군 인사들이 인맥 쌓을 필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를 전망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를 전망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시대를 “미국과 중국이라는 사자들의 싸움”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를 향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 고슴도치가 돼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 원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2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협상가”라며 “도전자 중국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본보기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윤 원장은 “국방비를 늘리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적극 추진해야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_트럼프 시대 세계질서 변화와 관련한 우려가 많다.

“사자는 개들이 짖고 싸우는데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비유하자면 러시아 시리아 이란의 갈등을 거론할 수 있다. 반면 실질적으로 미국에게 도전할 수 있는 사자는 중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트럼프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전화하고, 환율 조작국 문제를 꺼내고, 남중국해에 대해 강경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트럼프는 협상가다. ‘거래의 기술’이라는 저서를 대학에서 교재로 쓸 정도다. 블러핑(허세)으로 중국을 긴장시키고 후려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이 대목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할수록, 양국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중화주의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에 맞서 한미동맹이라는 지렛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_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부정적으로 거론한 적이 있다.

“트럼프의 생각은 결국 돈이다. 하지만 당장 트럼프의 머릿속에 중국, 멕시코와 달리 한국은 타깃이 아니다. 또 한미 FTA 재협상은 대선공약에도 없다. 다만 대선과정에서 ‘잡 킬링(일자리 죽이기)’이라고 자주 언급했다. 그래서 본보기로 불똥이 우리한테 튈 수 있다. 초점은 중국이지만 소프트 타깃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중국 경제에 압박을 가하면서 끝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우리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나름 협상가라고 자처하면서 단기적 이익을 보려 한다. 미 국내 정치와도 연동돼 있다. 우리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자칫하면 트럼프의 태도가 반미 정서를 부추길 수도 있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_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먼저 꺼낼 이슈는 무엇인가.

“북핵 문제다. 북한은 올해 트럼프와 마지막 승부를 해서 핵 능력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놓고 거래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아직 공백상태다. 미국 내 논의를 종합해보면 3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선제공격, 중국 역할론, 핵 동결이다. 이중 선제공격은 군사적 옵션인데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국이 실질적 대북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다, 트럼프는 경제에 초점을 맞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한 6자 회담도 중단됐다. 더구나 미국은 세컨더리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ㆍ기업 제재) 카드를 쓸 것이다. 중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_북한의 핵 동결 카드는 어떤가.

“북한의 핵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두지 말고 먼저 동결시킨 후에 단계적으로 비핵화하자는 주장이다. 말은 좋지만, 미국이 과거 파키스탄처럼 북한의 핵을 묵인할 수 있을까. 어쨌든 북한이 내밀 흥미로운 승부수는 미 본토 공격은 포기하는 대신 핵 동결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미 평화협정과 전략적 관계라는 제안을 갖고 나왔을 때 과연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셈법을 바꿔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지만, 이제는 그 이후의 로드맵을 만드는 게 한미간에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다.”

_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 우려가 적지 않다.

“분담금이 연 1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현재보다 절반이 늘어도 4,000억~5,000억원 정도다. 반미단체는 크게 이슈화 하겠지만, 현대자동차가 왜 미국에 31억달러(3조6,500억원)를 투자하겠나. 분담금 인상 규모가 국가간 동맹에서 경제적으로 리스크가 될만한 수준은 아니다. 대신 우리도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추가 전개를 요구하면 된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의 최대 무기수입국이고, 카투사를 비롯해 막대한 서비스를 주한미군에 지원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률도 독일, 일본보다 높다. 미국을 상대로 협상할 수 있는 근거가 많다. 미국도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_전작권 환수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정부가 전작권을 가져오려고 적극 나서야 우리의 입지를 높일 수 있다. 미국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미국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고슴도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는 우리가 게으르다는 점을 자인하는 격이다. 국방비가 GDP의 2.4%에 불과하다. 국방비를 늘려 나가야 한다. 그래야 미국을 상대로 발언권이 생긴다.”

_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겨냥하는 건 주한미군이다. 만약 사드 배치가 무산되면 미사일방어(MD)가 없는 곳에 미국이 병력을 둘 리 없다. 북한의 위협에 인질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에 근본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사드는 우리가 아예 사오는 게 좋다. 북한의 핵 위협을 선제공격하는 게 ‘킬 체인’인데, 2023년까지가 완료목표다. 그 때까지 무엇으로 국민을 보호하나. 먼저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 킬 체인에 17조원을 퍼붓는데, 사드는 1조5,000억원 정도면 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국방비 투자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_국내에 트럼프 인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의 참모진은 억만장자와 골드만삭스, 군인 출신의 세 부류다. 굉장히 개성이 강한 그룹이다. 전통적 외교채널로 워싱턴에 날아가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일본은 손정의씨가 가지 않나. 여의도에 트럼프 타워가 있다. 우리도 재계의 인맥으로 뚫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게 해병대다. 우리 해병대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함께 포항에서 상륙작전을 한 전우다. 베테랑(퇴역 군인)간에는 끈끈함이 있다. 해병을 고리로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할 수도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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