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의 개정 논의에서 정치권 관심은 권력구조 개편에 있으나 지난 30년 동안 일어난 사회 변화의 반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기본권 및 소수자 보호, 영토조항,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내용들이 대표적이다.
국민 기본권에선 소수자 권리 보호를 명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평등권,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헌법에 규정된 사회적 기본권을 사회계층의 분화에 따라 세분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권의 경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 1항)’고 규정돼 있는 것에 ‘성적 기호 등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하자는 주장이다. ‘정보 격차로 인한 차별 방지’, 언론자유를 위한 ‘국민의 알권리’ 등을 기본권으로 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영토조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헌법 제3조)’로 돼 있는 것을 휴전선 이남으로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현재 규정은 평화적 통일정책을 규정한 헌법 제4조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통일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얘기지만 이 같은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남남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통일을 남북 문제가 아닌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민주화 조항(제119조 2항)의 경우 경제계에선 헌법에서 빼버리자는 주장을 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보다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국가목표로 명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에선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개헌도 논의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의 폭을 넓혔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 논의와 관련해 권력구조 개편 한 가지를 놓고도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데, 논의 대상을 넓히면 넓힐수록 전선은 엷어지고 합의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좋은 내용을 더 나열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을 철저히 지키려는 노력을 구체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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