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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법안 처리 앞둔 일본, 생활고 젊은이들 용병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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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법안 처리 앞둔 일본, 생활고 젊은이들 용병 전락 우려

입력
2015.07.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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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대납 등 유인책 강화되면, 자위대 입대 지원자 늘어날 것"

지난 2013년 일본 육상 자위대 열병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지난 2013년 일본 육상 자위대 열병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안보법안 처리를 앞두고 법안이 통과돼 집단자위권이 현실화되면 현재 모병제를 실시중인 일본이 향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반강제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사실상의 ‘용병제’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위대가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을 해외 곳곳에서 펼칠 것이고 자위대 인원부족으로 정부가 다양한 입대 지원혜택을 늘릴 것이란 게 근거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미군의 예를 보더라도 빈부 격차가 큰‘격차사회’에선 징병제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지원병을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며 “미국에선 빈곤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실례로 일리노이주의 한 젊은이를 조명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는 없고 남은 건 상환해야 할 장학금 5만달러와 재학 중 생활비로 사라진 신용카드 부채 2만달러였다. 2005년 그가 군에 입대한 이유는 미 국방부가 장학금 상환 분을 대납해주는 혜택 때문이다. 미군에는 제대 후 대학진학비용을 지급하는 고졸자 지원제도도 있다. 젊은 입대자 대부분이 이런 재정지원에 끌려 지원하지만 정작 지급조건이 엄격해 약속했던 전액을 지원받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사례로 든 젊은이는 입대 후 이라크에 1년간 파견 근무했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아 지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세계병역제도를 연구하는 교토여자대 이치카와 히로미 교수는 “미국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것은 베트남전쟁에서 철수한 1973년”이라며 “무인기 등장으로 징병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지만, 적지를 점령하려면 지상전에 투입할 병사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군입대 연령제한을 풀고 중년의 병사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양극화가 문제가 된지 오래됐다. 대학생의 많은 수가 장학금에 의지하지만 저임금과 실업에 의한 체납이 늘고 있다. 생활고에 빠진 학생들을 겨냥해 학비대납 등의 입대 유인 정책을 강화하면 자위대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월에는 문부과학성의 장학금 상환 연체 관련 지식인 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장학금 상환 연체자를 대상으로 경찰과 소방, 자위대에서 인턴을 모집하면 어떻겠냐”는 발언을 했다가 ‘경제적 징병’이란 반발을 불렀다.

현재 자위대는 생명ㆍ이공계 학부 3,4학년과 대학원생에게 연간 65만엔(약 615만원) 가량을 빌려 일정기간 임관하면 상환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위대의 정원은 약 24만7,000명이지만 실제인원은 2만명 이상 적은 약 22만6,000명(2014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으로 공급처가 줄어드는 가운데 빈곤층 젊은이들이 ‘용병’으로 선택될 가능성에 일본 지식사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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