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3.22 15:36
수정 : 2017.07.04 15:32

[짜오! 베트남] 외국인들 아파트 사들이자 베트남인도 “사자”

<4> 맨해튼 꿈꾸는 도시들 (上)

등록 : 2017.03.22 15:36
수정 : 2017.07.04 15:32

2015년 토지·주택 개정법 시행

외국인의 매매 자유롭게 풀어줘

호찌민 2억5000만원 고급아파트

법 시행 후 분양률 97%로 급상승

도시 외곽 지역까지 열기 확산

많았던 ‘짓다 만 건물’ 모두 완공

대가족 문화 일반주택 선호에서

핵가족화·소득 증가로 변화 바람

베트남 하노이 시내 최고층 건물인 랜드마크 72 전경. 한국계 경남기업이 지은 건물로 이 주변은 서울의 '강남 사거리'를 꿈꾸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주말인 지난 18일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자리 잡은 1만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빈홈센트럴파크’ 한쪽에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지만 바로 옆 완공된 아파트 로비는 입주민들과 전세를 구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이 타고 내리는 수많은 택시 때문에 보안요원들은 일대 교통정리 업무까지 맡아야 했을 정도. 현지 한 부동산중개소 직원은 “뒤늦게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이제는 10% 이상의 웃돈을 얹어 줘야 살 수 있다”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시내 중심으로 접근이 용이한데다 사이공강 강변에 13만㎡(약 4,000평) 규모의 공원까지 끼고 있어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베트남 토종기업 빈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해 성공리에 분양을 마친 프로젝트다.

외국인에 활짝 열린 부동산시장

하지만 분양이 처음 이뤄지던 2014년 초로 시계를 돌리면 지금 같은 분위기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당시 이 아파트 분양가는 ㎡당 2,000~2,500달러(3.3㎡당 약 800만원)선. 주력 상품인 104㎡(약 31평ㆍ방 3개) 아파트를 2억5,000만원이나 주고 구입할 베트남인은 많지 않았다.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말 기준 2,200달러로 한국의 10분의 1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초기 분양률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고, 베트남 1위 부동산 투자개발사 빈그룹도 체면을 구겨야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2015년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전년에 개정된 토지법, 주택법 및 부동산사업법이 7월에 시행되면서 외국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할당된 3,000가구(30%)는 빠르게 소진됐고, 부동산 열기를 목격한 베트남인들이 가세하면서 지난해까지 분양률은 97%로 치솟았다. 사실상 ‘완판’이다.

부동산 활황은 시내(1군)와 인접한 2군 지역의 ‘마스터리 타오디엔’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현지 중개업체 탄도부동산 김효성 대표는 “2019년 개통 예정인 전철역, 단지 내 대형 쇼핑몰, 국제학교 중심의 탄탄한 학군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분양 한 달 만에 매진됐다”고 전했다. 부동산사업법 개정 이후 공포된 시행령에 따르면 베트남에 입국할 수 있는 모든 외국인은 베트남 국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이전에도 외국인의 아파트 구입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거주 목적에, 12개월 이상의 체류,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자금 등으로 만족시켜야 할 조건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컨설팅업체 CBRE가 올 초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호찌민 시내 아파트 판매량은 7,000가구에 불과했지만 개정법이 시행된 2015년 3만6,000가구로 약 5배가량 급증했다. 수도 하노이에서는 같은 기간 7,000가구에서 2만1,000가구로 3배 증가했다.

한인타운 인근도 가격 올라

베트남 정부의 부동산 개방 정책에 따라 하노이의 도심 풍경도 최근 크게 바뀌었다. 한국계 부동산컨설팅업체 전은혜 대표는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시내 곳곳에 짓다 만 건물들이 즐비 했지만 2015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오면서 매물이 모두 팔렸다” 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돼 있던 베트남 주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노이 미딩 한인타운 근처 경남아파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분양가보다 30%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현재 분양가 수준에 근접하는 등 상당부분 회복했다. 또 한인타운 내 골든 팰리스는 2015년 분양 당시 ㎡당 2,800만동(평당 약 460만원)이던 게 현재 3,600만동(평당 약 590만원) 수준으로 30% 가량 상승했다. 호찌민시 마스터리 타오디엔의 경우에도 법개정 전 73㎡(20층, 방2개 기준) 아파트가 21억5,000만동(약 1억600만원)에서 법개정 후 26억5,000만동(약 1억3,000만원)으로 20%가량 올랐다.

베트남에선 보통 아파트보다 일반주택의 값어치가 높았다.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베트남 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호찌민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한국인 밀집지 푸미흥(7군)의 경우 2000년 타운조성 초기 11만 달러(약 1억2,300만원) 수준이던 400㎡(약 120평ㆍ방 5개)의 빌라가 현재 20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 푸미흥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3)씨는 “2년 전 5,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주택을 최근 2억원에 매도했다”며 “주택구입이 용이한 현지인을 배우자로 맞으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주택 선호 분위기도 점차 바뀌는 추세에 있다. 중국, 한국, 일본 등 외국인의 자금력으로 성장한 아파트시장에서 베트남 현지인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하이엔드(고급) 아파트가 전체 공급 물량의 절반 가까이 됐지만, 지난해에 베트남 현지인들도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중급 이하의 아파트들이 전체 판매량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베트남 현지 모 국영기업 법무담당자는 “베트남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20,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핵가족화 영향도 있겠지만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아파트를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노이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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