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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세먼지 52%는 국내서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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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세먼지 52%는 국내서 유발”

입력
2017.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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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40일간 16곳서 관측

기존 분석과 달리 “중국발 34%”

공장 등서 직접 배출이 24%

나머지는 공기 상에서 2차 생성

중국 난방수요 없는 시기에 조사

영향력 상대적 과소평가 분석도

지난해 5월 2일부터 6월 12일까지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가 공동으로 실시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에 참여한 미국 관측용 항공기 내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5월 2일부터 6월 12일까지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가 공동으로 실시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에 참여한 미국 관측용 항공기 내부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원인 중 국내요인이 중국 등 국외요인보다 높다는 한미 공동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중국발 스모그 등 국외요인 따른 국내 피해를 많게는 80%까지로 분석해왔는데, 이번 결과로 자동차 배기가스 등 국내 배출원 저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하늘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우리 정부가 지난해 5월 2일~6월 12일까지 약 40일간 대기오염물질 관측장비가 탑재된 항공기 DC-8을 이용해 한반도 대기질을 정밀 관측한 뒤 얻어낸 결과다. NASA의 대기 분야 첫 해외 공동연구로 주목을 받은 이번 연구에는 국내외 80개 기관 58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기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약 44만평) 상공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PM2.5)의 기여율은 국내 52%, 국외가 48%로 나타났다. 국외의 경우 산둥과 베이징 등 중국 내륙이 34%, 북한이 9%를 차지했다. 중국 특정 지역의 국내 미세먼지 기여도가 수치화해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 기간 백령도, 올림픽공원 등 권역별 16개 지점에 대한 지상 및 항공관측을 실시했는데 이날 올림픽공원 상공을 52회 관측한 결과를 먼저 발표한 것이다.

관측된 전체 미세먼지 중 공장 등에서 미세먼지 형태로 직접 배출되는 경우는 24%에 불과했다. 나머지 76%는 가스 상태로 배출돼 공기 상에서 미세먼지로 변하는 2차 생성 미세먼지로 확인됐다. 2차 생성 원인물질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기물질이 가장 많았고 황산염, 질산염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물질들은 대기 중 체류시간이 짧아 국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국내 배출원의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서해안에 밀집된 석탄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남부지역의 대기질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석탄화력발전소와 지리적으로 근접한 석유화학단지 부근은 벤젠 등 특정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게 관측돼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록 지금까지 분석과는 격차가 있긴 하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3분의 1은 중국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극심한 미세먼지의 주원인을 중국 등 국외요인 탓으로 분석해왔다.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지난 겨울(1, 2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 등 국외 영향이 80%에 달한다며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서해상으로 유입돼 국내 오염물질과 합쳐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당시 중국 등 국외 요인의 기여율(76.3%)이 최근 3년 중 가장 높았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 이후 국내 한 환경단체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중국을 향한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찔렀다.

연구진은 조사기간이 중국의 난방수요가 없는 5, 6월이어서 중국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지만, 지리적 근접성 등으로 상시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최근 연구에 착수한 대기질 공동연구인 ‘한중 맑은하늘(청천) 프로젝트’에 중국 측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만큼, 추후 이번 연구결과를 공유해 중국과도 공동 관측을 추진하는 등 협력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라 불리는 PM2.5 관측 자체가 불과 3, 4년 전에 처음 실시되는 등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심각성에 비해 오염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었던 상황이다. 최근 취임한 김은경 환경부장관도 앞서 “원인 별 기여도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국내 미세먼지 대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하며 임기 내 미세먼지 30% 감축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한미 공동연구를 두고 국내 미세먼지 대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호 한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내 지상관측 기술로만 가능했던 미세먼지 관측에 항공 기술이 더해져 보다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NASA 측은 나머지 분석 결과를 분석해 오는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인데, 조사기간에 특정 시점에 머물고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항공 측정으로 실험을 다양화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연중 조사를 통해 기여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도 “미세먼지 대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 오염원에 대한 기여도인데 연구시기 및 측정 장소를 다양화해서 특정 시점에 대한 연구가 아닌 전반적 추세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 설명회’에서 양측 연구진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 설명회’에서 양측 연구진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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