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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독도는 우리땅! 미친 소는가! 셔츠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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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독도는 우리땅! 미친 소는가! 셔츠로 말한다

입력
2008.08.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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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면서도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인 티셔츠는 나염이나 문양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지 매년 여름이면 화려한 일러스트와 프린트가 새겨진 티셔츠가 인기를 끌었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유난히 광우병에서 독도 문제까지,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들이 눈에 띈다. 브랜드와 로고의 유행을 넘어 메시지를 담은, 소위 ‘말하는 티셔츠’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메시지 티셔츠의 유행은 온라인에서 먼저 감지된다. 옥션(www.auction.co.kr)의 패션 담당 홍숙 팀장은 “해마다 여름이면 브랜드명이나 화려한 그래피티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프린트 티셔츠가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는 티셔츠가 단순한 의류가 아닌, 입은 사람을 표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재치있는 문구서부터 광우병, 독도 문제 등 사회 이슈까지 다루는 ‘메시지 티셔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미국의 아역 배우 출신인 올슨 쌍둥이 자매가 입어 유명해진 ‘I♥NY’ 티셔츠를 변형한 듯한 ‘I♥ME’티셔츠를 비롯해 다양한 문구의 티셔츠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눈에 띄는 몇 가지만 봐도 ‘웨이크 업 얼리’(WAKE UP EARLY) ‘쇼핑 메이크스 미 필 베터’(SHOPPING MAKES ME FEEL BETTER)처럼 메시지가 분명한 문장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미국산 쇠고기, 독도 문제 등 대형 사회 이슈가 끊이지 않는 요즘, 메시지 티셔츠는 사상을 전파하는 수단으로서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례까지 들 것도 없이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사회 이슈를 표현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옥션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과서 명기 방침이 알려진 이후 ‘독도 사랑’ 티셔츠가 일주일간 1,000장이 넘게 팔려 나갔다. ‘먹지 않아’ ‘미친 소 싫소! 미친 소 너나 먹어!’ 등의 문구가 담긴 일명 ‘미친 소’ 티셔츠도 인기다. ‘내일은 해가 뜬다’는 문구로 고물가와 어려워지는 서민경제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도 판매 중이다.

이 같은 메시지 티셔츠 유행의 배경을 패션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확산에서 찾는다. 헤지스 디자인실 임해연 실장은 “과거에는 사회 이슈로 발생하는 사상의 공유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전파됐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까지 합세하면서 그들이 선호하는 티셔츠가 매개체가 되고 있다”면서 “젊은 소비자들이 환경오염이나 올림픽 등 사회 이슈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고, 브랜드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가 등장한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최근의 메시지 티셔츠의 유행은 유명 패션업체들까지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화된다.

1980년대 이후 대학의 ‘과 티’나 동아리 티셔츠처럼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됐지만, 일러스트와 타이포그래피가 발달한 지금은 메시지 티셔츠가 패션업체의 사회공헌 활동의 상징적 아이템으로도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31일까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물을 주제로 한 ‘비주얼 아트’ 티셔츠 공모전을 진행, 선정작을 상품으로 제작 판매해 수익금을 환경단체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여성복 브랜드 비아트도 라뷰티코아와 손잡고 31일까지 ‘퍼펙션 오브 뷰티’ 캠페인을 연다. 캠페인 문구를 넣은 도네이션 티셔츠를 제작해 수익금을 사랑의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빈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 ‘아이캠프’ 에 후원하는 형식이다.

이들 업체들이 선보이는 메시지 티셔츠는 패션 감각도 놓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2005년 이후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개안수술 자금을 지원하는 ‘하트 포 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지난 봄 모델 송경아씨와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씨, 포토그래퍼 권영호씨 등과 손잡고 도네이션 티셔츠를 내놓았다. 700장 한정 판매되는데 이미 8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노영주 책임연구원은 “티셔츠는 언더웨어로 시작해 변신을 거듭해 왔고 오랫동안 환경과 공익, 정치와 예술 등 각 분야 최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며 “최근에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디자인이 많아지면서 티셔츠가 예술과 문화를 담는 도구로 끊임없이 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티셔츠가 각광받는 이유는 젊음과 자유로움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패션성과 접근성이 높아 메시지 전달이 쉽고 자기 표현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브랜드와 로고는 잠시 잊자. 티셔츠로 사상을 말하는 시대가 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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