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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시장의 매력자본

입력
2017.11.09 11:3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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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내년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서점에 깔리기 시작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8년도 무술년 한국사회의 트렌드의 키워드를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는 뜻을 가진 ‘웩더독(WAG THE DOGS)’으로 정했다.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SNS가 대중매체보다 인기를 끄는 현상 등을 말한다. 어렵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희망, 즐거움, 사랑을 찾는 노력이 지속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제시된 트렌드 중 가장 눈길이 간 것은 매력자본이다. 비슷비슷한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아남는 존재들에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이 매력자본이 힘과 권력이 된다는 의미다. 재능이나 성격, 외모 등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팬들에게 사랑 받는 연예인들이 대표적인 매력자본가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성능이 아니더라도 독특한 콘텐츠의 매력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제품도 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전통시장 중에서 쇠락하는 시장이 있는 것도 시장 고유의 매력자본이 점점 사라지거나 새로운 매력자본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 물론 전통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데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하지만 발길이 끊긴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과 시설경쟁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많은 전통시장이 화장실을 보수하고, 간판을 정비하고 주차장 시설을 확충한다. 카드 결제도 가능하게 하고 소방시설도 개선을 하고 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청결하지 못한 상태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불편함 등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설현대화가 곧 매력자본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는 거들 뿐’이다. 하드웨어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따라갈 수 없고, 편리함으로 따지면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설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전통시장마다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특색 있는 매력을 발굴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골목형,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역시 각 전통시장에 잠재된 매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북단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파주 문산 자유시장은 방문객 대상 비무장지대(DMZ) 안보관광을 매력자본으로 발굴해 활용함으로써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 여주 한글시장은 세계 유일의 ‘문자’를 콘셉트로 한 전통시장이다. 모든 간판을 한글로 교체하고 한글을 활용한 축제와 이벤트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각 시장의 발굴하고 육성한 참신한 매력들이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한껏 높여줬다.

전국각지의 전통시장이 자신만이 가진 문화와 전통 위에서 매력자본 발굴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성공사례들이 계속 이어짐으로써 2018년에는 우리 국민들의 전통시장 이용이 주요 소비 트렌드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희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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