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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영상물 속 ‘귀로 듣는 웹툰’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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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영상물 속 ‘귀로 듣는 웹툰’ 뜬다

입력
2017.05.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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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소재ㆍ빠른 전개 등 장점

운동ㆍ운전하면서도 콘텐츠 감상

배경 소음 디테일까지 공들여

1회 제작에 일주일 넘게 소요

“오디오툰 시장, 블루오션 될 것

교육ㆍ장애인용으로 영역 확대”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오디오툰' 전문 제작사 미디어피쉬 녹음시설 안에서 성우들이 대본을 보며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미디어피쉬 제공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오디오툰' 전문 제작사 미디어피쉬 녹음시설 안에서 성우들이 대본을 보며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미디어피쉬 제공

“부장과 팀장이 통화하는 4화 7신(sceneㆍ장면) 들어갑니다!” “잠깐 끊을게요. 여긴 부장이 압박하는 태도가 확실히 드러나야 해요. 좀 더 엄포를 놓는 느낌으로 가 볼까요?”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의 ‘오디오툰’ 전문 제작사 미디어피쉬의 녹음실. 한참 동안 입씨름이 오갔다. 부장 역할을 맡은 성우의 ‘다음주에 보자’는 대사 한마디가 연출자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 열기가 뜨거운 이 곳엔 카메라와 조명 대신 작은 녹음시설만 들어서 있다. 부장의 대사는 결국 ‘약간 쉰 듯 거친 목소리에 조금은 위협적으로’ 표현됐다.

이날 녹음실에 모인 성우만 12명.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웹툰이 ‘귀로 듣는’ 오디오툰으로 바뀌는 현장이다.

오디오툰은 음성으로 전달되는 웹툰이다. 기존 웹툰처럼 그림과 글자를 읽을 필요 없이 상황과 스토리를 모두 귀로 들을 수 있다. 2008년 아마존이 오디오북 전문업체 오더블을 3억달러(약 3,15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 때 ‘음성형 단행본’ 오디오북이 각광받았지만, 비싼 제작비와 유통 플랫폼 부족으로 열기가 곧 식었다. 단순히 활자만 읽어 주는 콘텐츠로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라디오 드라마 서비스도 있었지만, 내용이 무겁고 오랜 시간 집중해 들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반해 오디오툰은 신선한 소재, 가벼운 스토리, 빠른 전개 등 웹툰의 장점을 그대로 음성으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화면을 움직이며 읽어야 하는 웹툰과 달리 운동이나 운전을 하면서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웹툰 지적재산권(IP), 작가 등을 확보하고 있는 재담미디어, 개인 라디오 방송 소프트웨어(앱) ‘스푼’ 운영사인 마이쿤, 콘텐츠 제작 전문업체 미디어피쉬가 뭉쳐 오디오툰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12일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 인기 웹툰을 오디오툰으로 만든 작품들이 출시됐다. 유료 웹툰처럼 편당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들을 수 있다.

김한 미디어피쉬 총괄디렉터(이사)는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시각보다는 청각에 더 자극 받는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백을 독자가 상상으로 채워가는 오디오 콘텐츠는 성공 가능성 높은 틈새 시장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이사는 “아주 섬세한 오디오로 드라마를 그려나간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인다. 주인공이 걸어가는 장면도 실내ㆍ외, 신발 종류 등에 맞게 각색한다. 술집 대화 장면에 ‘맥주 2병 추가요’ 같은 대사를 배경에 깔기도 하고 신촌, 강남 등 지역에 따라 지하철 소리도 다르게 입힌다. 10~15분 분량의 오디오툰 한 회 제작에 녹음과 편집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오디오툰' 전문 제작사 미디어피쉬 회의실에 대본을 읽기 위해 모인 성우들과 제작진이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피쉬 제공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오디오툰' 전문 제작사 미디어피쉬 회의실에 대본을 읽기 위해 모인 성우들과 제작진이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피쉬 제공

이미 웹툰의 콘텐츠 가치가 높이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디오툰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오디오툰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융복합협업 프로젝트’로 지원하고 있으며,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가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넘쳐나는 영상물의 경쟁 속에서 오디오툰 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며 “웹툰 뿐 아니라 교육 콘텐츠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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