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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 사로잡은 영국배우들 매력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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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 사로잡은 영국배우들 매력 뭐길래

입력
2015.03.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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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버배치 '이미테이션게임'

콜린퍼스 '킹스맨' 흥행 순항

여성 관객들 영국식 발음에 호감

"배우들 엄격한 발음 교육 받아 美배우들보다 고급스런 느낌"

(왼쪽)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주인공 해리(콜린 퍼스)는 영국신사 복식에 대한 호기심까지 국내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오른쪽 위) '이미테이션 게임'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오른쪽 아래) '007 스펙터'의 대니얼 크레이그.
(왼쪽)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주인공 해리(콜린 퍼스)는 영국신사 복식에 대한 호기심까지 국내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오른쪽 위) '이미테이션 게임'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오른쪽 아래) '007 스펙터'의 대니얼 크레이그.

고교시절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영국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김윤선(34)씨는 지난달 외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갔다. 김씨가 ‘킹스맨’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영국 정장을 입고 고풍스러운 건물 벽 앞에 선 콜린 퍼스의 포스터 속 모습이 오랜 판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영국식 영어에 집착하는 일종의 언어 페티시가 있었다”며 “중년 신사 퍼스의 멋진 외모와 어우러진 영국식 영어 발음 때문에 영화를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미테이션 게임’도 비슷한 이유로 흥미롭게 봤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개봉한 외화 ‘킹스맨’(482만2,472명ㆍ15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과 ‘이미테이션 게임’(167만6,671명)이 한달 동안 극장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킹스맨’은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오래 전 넘어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이미테이션 게임’도 흥행 이변을 일으킨 뒤 순항 중이다.

이 같은 흥행 뒤에는 영국 남자배우에 대한 한국여성들의 열광이 있다. 두 영화 모두 할리우드가 돈을 댔으나 영국 감독이 영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영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실상 영국영화다. ‘킹스맨’에서 고참 비밀요원 해리를 연기하는 콜린 퍼스는 ‘오만과 편견’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으로 이상적인 남자친구 이미지를 다져왔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천재 수학자 앨런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TV시리즈 ‘셜록 홈즈’로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지 오래다.

한국 여성들이 유난히 영국 남자배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고풍스러우면서도 격식 있게 느껴지는 영국식 영어와 품격 있는 복장, 이들의 고색창연한 활동 공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김미희(38)씨는 “재기발랄한 내용을 담고 있는 ‘킹스맨’의 이야기도 즐거웠으나 퍼스의 고급스런 정장과 영국식 영어 때문에 영화에 더 빠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미테이션 게임’도 1940년대 아름다운 영국 복식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오랜 왕조 국가인 영국은 공간적으로도 종종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이서영(36)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킹스맨’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the Man)를 한국 중년남자가 한국어로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반문하며 “전형적인 꼰대의 잔소리로 들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매너 운운 대사도 (영국 신사의 상징인) 우산이 펼쳐지지 않았으면 밋밋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인만 영국식 영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세계 12개 도시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여론조사 결과 27%의 응답자가 모국어보다 더 상대와 데이트하고 싶도록 하는 악센트로 영국식 영어를 꼽았다. 2위 미국식 영어는 8.7%에 그쳤다.

관객들이 영국식 영어에 왜 특히 빠져드는가에 대한 학술연구는 딱히 없다. 다만 2008년 덴마크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 영어학습자들이 영국식 표준발음 배우기를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문화의 전지구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영국식 영어에 대한 알 수 없는 선호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음성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미국인은 자신들의 뿌리격이고 왕족과 귀족이 사용한다는 인식이 강해 영국식 영어를 동경한다”며 “한국인이 영국식 영어에 빠지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영국 배우들은 연기학교나 극단에서 교육 받는 상당한 시간을 발음 훈련에 할애한다”며 “미국배우보다 더 엄격히 발음 교육을 받기에 고급스러운 영어를 사용한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주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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