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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의 전략, 용두사미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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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의 전략, 용두사미로 끝나나

입력
2016.03.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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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아이디어 내고 지휘

“원내대표로 제일 잘한 일” 찬사

종료 시나리오 부실로 빛 바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정국’의 명실상부한 사령탑이었다. 처음 이를 제안하고 9일 동안 의원들을 진두 지휘한 그의 역할은 상당했다. 하지만 출구전략 없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결정을 내려 그의 지략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평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진행된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직접 필리버스터 아이디어를 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52년 만에 정치권에 불쑥 재등장한 개념에 의아해하며 부정적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국민에게 효과적이고 합법적으로 알리는 국회가 권장하는 수단”이라며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이를 관철시켰다.

막상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자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제일 잘 한 일이라는 당 안팎의 칭찬까지 받았다. 그는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은수미 의원이 발언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맞아주는 등 앞에서 의원들을 이끄는 역할 뿐 아니라 뒤에서 기운을 북돋으며 밀어주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텅 비었던 국회 본회의장을 가장 오랜 시간 지킨 것도 바로 이 원내대표다.

그러나 정작 ‘종료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지 못하며 이 원내대표의 공은 빛이 바랬다.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를 언제까지 이어갈 지 ‘지속’을 요구하는 강경파 의원들과 ‘중단’을 주장하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것이다.

당내 이견 조율에 실패한 이 원내대표는 결국 예정됐던 1일 필리버스터 중단 관련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이날 오후 부랴부랴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진통은 계속됐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직접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이 강경론에 끌려 다니면 선거에서 표를 얻기 힘들다”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한편 9일째를 맞은 필리버스터는 야권 3당의 릴레이 형식으로 종료된다. 필리버스터가 더민주만의 것이 아니라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권의 공동 방어선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이어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가 마지막 주자로 나서 마무리 짓는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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