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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의원님들 머슴이 되세요

입력
2016.06.0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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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4월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4월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 5월 30일 개원과 함께 국회개혁에 대한 제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아이디어들은 과거 국회에서도 제기됐던 식상한 내용뿐이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바꿔야 할 개혁방안을 기존의 틀이 아닌 이제까지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의원은 군림해서는 안 되고 지역구민의 머슴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위를 “다 버리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일하다 보면 국민을 위한 진정한 머슴이라는 칭찬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호통은 국회 전체를 멍들게 하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당선 전 선거운동 할 때의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버리기 가장 아까운 특권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 공항에서 별도의 통로와 VIP실을 이용하고 일등석을 이용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자랑하는 특권 중의 특권이다. 그러나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는 것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이다. 국회의원이 비행기 일등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유권자와 두런두런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셋째,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가장 큰 비난을 받는 부분은 회의가 열리지 않는데도 세비와 수당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다. 심지어 비리에 연루되어 수감 중인데도 세비는 챙긴다. 국회법에 따라 원구성 마감 시한인 오늘까지 임시회를 열더라도 원 구성을 하지 못한다면 내일부터의 세비는 반납해야 마땅하다. 정쟁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해 국회법에 정해진 활동 기한을 지키지 않는데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니 업무 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불신을 유발하는 한심한 논리이다.

넷째, 공식 회의에서 호통과 막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가운데 TV 화면에 잠깐 비친 국회의원들의 호통치고 막말하는 모습은 국회 전체의 신뢰와 성과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철없는 행동이다. 의원 개인이 호통과 막말을 통해 순간적인 권위와 쾌감은 얻었을지 몰라도 국회 조직 전체의 차원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지난 19대 국회는 폭력은 줄었지만 막말은 더 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다섯째,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우수한 능력과 경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쓰면 국민의 눈 특혜로 비칠 수 있다. 경기침체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머슴이 돼야 할 의원이 채용 권한을 갖고 특권을 누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친인척 이름만 올려두고 그 급여를 유용하는 것은 더욱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좌진 수를 늘려달라는 일부 주장이 더욱 터무니없는 메아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돈에서 자유로운 정치와 국회가 되도록 변해야 한다. 정치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원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간 1억5,000만원 상한의 정치자금과 세비, 그리고 각종 입법 활동 지원비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많다. 까다로운 공직선거법 덕에 돈을 맘대로 쓸 수 없는 구조인데 불법 모금과 지출로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 필요가 없다. 탈법과 비리의 온상인 출판기념회는 폐지해도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국회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의원들이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권을 버리는 법안도 스스로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 여론 외에는 제대로 된 외부 감사체계가 없다. 불체포특권 폐지, 상임위 활성화, 윤리특위 강화, 상시 개원, 국민소환제 등 거창한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의원들 스스로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는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만 우리 국회의 본질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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