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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군의 뿌리

입력
2017.09.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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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부는 1956년 9월 대통령령으로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 이 날은 49년 공군이 육군항공대에서 독립하면서 육ㆍ해ㆍ공 3군 체제가 정립된 날이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 3사단 23연대 병사들이 강원 양양 지역에서 최초로 38선을 넘어 북진한 날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육군(1월 15일), 해군(11월 11일), 공군(10월 1일)이 각기 창군기념식을 가졌다. 대한민국 국군 창설일은 정부 수립 직후인 48년 9월 1일로 국군의 날과는 다르다. 미 군정이 치안 유지를 위해 46년 1월 조직한 국방경비대가 국군의 전신이다.

▦ 육군사관학교는 미 군정이 45년 말 군 간부 및 통역관 양성을 위해 설립한 군사영어학교에 연원을 둔다. 이 학교는 광복군ㆍ일본군ㆍ만주군 경력자 각 20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복군 계열이 명분에 맞지 않는다며 지원을 꺼려 대부분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들이 국방경비대와 국군 창설의 주역이 됐다. ‘육사 30년사’는 대한제국 신식군인 양성기관인 무관학교가 일제 식민통치로 명맥이 단절돼 육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광복군도 외면했다. 항일 무장투쟁을 국군의 역사에서 제외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방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활동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우리 군의 역사적인 출발점으로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정통성이 모호한 10월 1일보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광복군을 만든 40년 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하자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은 광복군 창군식에서 “광복군은 일찍이 1907년 군대 해산에 이어 성립했다”고 선언했다. 광복군이 대한제국 군대와 항일의병, 독립군의 정통성을 잇는 한민족의 군대 임을 강조한 것이다.

▦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임시정부의 군대인 광복군은 일제 패망의 순간까지 존재했던 최후의 독립군이다. 국군의 뿌리도 구한말 군대와 의병, 독립군, 광복군의 맥락에서 찾는 게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통일 한국군을 위해서도 분단의 비극이 담긴 10월 1일보다는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이 바람직하다. 다만 북한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해 변경 논의는 미루는 게 낫겠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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