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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소차 원년" 인프라 확충... 한국은 고작 746대만 보조금 지급

입력
2018.08.21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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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2013년 양산 시작 

 일본 도요타보다 1년 앞서 출시 

 투싼ix35 세계 17개국 수출 불구 

 충전소 8곳…사실상 국내서 사장 

 

 대량 생산 꿈꾸는 중국 

 지방정부 최대 100만위안 보조금 

 2030년까지 100만대 운행 목표 

 개발 5개년 계획 세우고 양산 채비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현대차 직원이 수소차 넥쏘에 충전을 하고 있다. 전국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8곳에 불과하다. 현대차 제공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현대차 직원이 수소차 넥쏘에 충전을 하고 있다. 전국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8곳에 불과하다. 현대차 제공
2013년 처음으로 양산된 수소차 투싼ix35. 현대차 제공
2013년 처음으로 양산된 수소차 투싼ix35. 현대차 제공
2세대 수소차 넥쏘. 완전 충전 시간이 2, 3분에 불과하며 1회 충전으로 600㎞이상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 제공
2세대 수소차 넥쏘. 완전 충전 시간이 2, 3분에 불과하며 1회 충전으로 600㎞이상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 제공

‘중국 전기차 100인회’ 연례포럼이 중국 베이징(北京)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지난 1월 20일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중국 전기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완강(萬鋼)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기차(FCEV) 넥쏘에 대해 “최고의 수소차”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포럼은 리란칭(李嵐淸) 전 중국 부총리가 주도해 2014년 발족시킨 신에너지차 관련 연례행사로, 친환경차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눈다. 올해도 리 전 부총리를 비롯, 완 장관과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장관, 전기차 세계 1위 기업인 비야디(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현대차는 포럼 기간에 넥쏘를 선보였다. 완 장관은 넥쏘를 3㎞가량 직접 운전한 후 “놀랍고 대단하다. 지금까지 운전해본 수소차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대차 관계자들에게 수소차의 시스템 효율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했다. 완 장관은 독일 아우디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후 2000년부터 중국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책임지고 있으며, 수소차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인 자동차 전문가이다.

중국의 수소차 산업 육성 정책은 거침없다. 후발주자지만 수소차 보급 로드맵을 내놓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뒤처진 중국으로서는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을 장악해 미래차 시장은 확실하게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차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료로 수소를 쓰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는 물론 미세먼지 등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짧은 충전시간 대비 긴 주행거리까지 갖추고 있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앞서는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한국ㆍ중국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 계획2.jpg-박구원기자/2018-08-2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한국ㆍ중국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 계획2.jpg-박구원기자/2018-08-20(한국일보)

현대차는 연구 15년만인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투싼ix35 양산에 성공했다. 경쟁사인 일본 토요타의 첫 수소차인 미라이보다 1년 앞선 출시였다. 투싼ix35는 전 세계 17개국에 수출됐으며, 미국 조사 전문기관 워즈오토(WardsAuto)에서 주관하는 ‘2015 세계 10대 엔진’에서 미라이를 제치고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3월 2세대 모델인 넥쏘를 내놓았다.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경쟁사를 압도하는 609㎞에 달해 일상에서 활용하기에 부담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수소차 개발 행보는 여기서 멈춘 상태이다. 투싼ix35는 국내에서 207대(해외 709대)만 판매되고 단종됐다. 넥쏘도 출시와 동시에 1,700여대가 계약됐지만 지난달까지 218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수가 246대에 불과했고, 이후 논란 끝에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됐지만 500대만 추가돼 총 746대로 계약된 차의 절반도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차를 구입하더라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전국에 8곳에 불과해 운행도 쉽지 않다. 한 기업의 투자만으로 수소차 기술을 선점하고 양산 차까지 내놨지만, 정부 지원 부족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사장되고 있는 게 국내 수소차 산업 현실이다.

정부는 비판이 일자 뒤늦은 올해 6월 제1차 혁신성장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 보급을 목표로 충전소 310곳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경쟁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판매 대수가 적어 생산단가를 낮추지 못하고 그래서 글로벌 판매가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가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이듬해에 출시된 미라이는 탄탄한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누적판매량 5,300대를 기록(지난해 말 기준)했다. 혼다도 수소차 클래리티를 2016년 출시했다. 일본은 수소 충전소 설치 비용 80%를 국고로 지원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수소차 산업 지원은 일본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올해가 중국 수소차가 비상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로, 각 기업, 연구소까지 합심해 수소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 계획의 핵심은 인프라 조성에 있다. 현재 5개뿐인 수소충전소를 2020년까지 100개, 2030년 1,000개까지 늘려 2030년에 수소차 100만대가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전기차와 다르게 수소차 보조금 액수를 2020년까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중앙정부가 수소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최대 50만 위안이며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최대 100만 위안이다.

중국의 최종 목표는 현대차처럼 수소차를 양산하는 것이다. 2016년 12월 발표한 13차 5개년(2016~2020년) 국가전략신흥산업 발전규획을 통해 “수소차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추진해 2020년까지 수소차 대량생산을 실현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수소차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현재 기술이 앞선 현대차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그 기술 우위가 얼마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전기차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전기차에서 후발주자였지만, 현재 BYD, 베이징자동차, 로위, 즈더우 같은 중국 업체들이 50%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중국을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으로 올려놓았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인프라 확충 및 판매지원금 등의 지원을 주력한 결과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이미 전기차 3대당 1개꼴인 약 15만개를 갖추고 있지만, 2020년까지 이 비율을 대당 1개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당장 중국이 현대차를 넘어서긴 어렵겠지만, 우리 정부가 지금처럼 수동적인 자세로 지원한다면 중국에 따라 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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