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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NLL, 커지는 '만선의 꿈'... 군사 합의 등 선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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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NLL, 커지는 '만선의 꿈'... 군사 합의 등 선결돼야

입력
2018.04.3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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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긴장ㆍ경계 문제 탓 조업 불가

中 어선들이 자원 싹쓸이해 와

공동어로 설정 땐 상호이익 부합

북한의 수산물 수출 금지

서해ㆍ동해 조업권 거래 금지 등

유엔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도

지난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에 정박한 어선에 '서해5도 한반도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에 정박한 어선에 '서해5도 한반도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안전한 어로(漁撈) 활동이 보장된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데 전격 합의하며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 지역의 긴장 완화와 남북 수산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 동안 조업에 제약이 많았던 서해5도 어민들은 벌써부터 황금어장 회복과 만선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NLL 관련 군사 합의가 선결돼야 하는데다,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의 수산물과 조업권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은 상황이다.

29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ㆍ4선언에 합의된 남북경협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고,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10ㆍ4 선언 경협 사업들은 해주 및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다.

이에 따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급물살을 탔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서해평화수역은 남북 양측의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 서해 NLL 인근 바다는 국내 최고의 꽃게 어장이다. 그러나 서해 5도 어민들은 그 동안 NLL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어장 안에서만 조업해야 했다. NLL과 가까운 수역은 군사적 위험에 접근이 불가능한 ‘금단의 해역’이었다. 이러한 틈을 노린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어족 자원은 점점 고갈돼 갔다. NLL 수역의 남북 공동어로가 가능해지면 서해 황금어장이 확대되고 중국 어선들을 쫓아내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서해평화수역은 NLL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국내 정치 갈등 등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2006년 5월 남북장성급회담에선 서해상 불가침 경계선 설정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남측은 서해에서 남북을 가르는 기준선은 1953년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NLL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서해 경비계선’을 고집해 왔다. 서해 경비계선은 NLL로부터 상당히 남쪽으로 내려와 있고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는 남측 영역으로 둬 굴곡이 심하다. 2007년 10월 남북공동선언에 다시 서해 공동어로 수역 설정을 못박았지만 역시 이어진 국방장관회담에선 수역 범위와 위치 선정 등을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정치 공세까지 쏟아졌다. 물론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NLL이 명시된 것은 북측도 NLL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모호한 측면도 없잖다.

유엔 제재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를 채택하고, 북한의 수산물 수출을 금지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서해ㆍ동해 조업권 거래도 금지했다. 공동어로수역 설정은 두 가지 제재안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강인구 해수부 국제협력총괄과장은 “대북 제재안에 공동어로수역 설정 금지가 명시되진 않았지만 수산물 수출이나 조업권 거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서해 5도 어민들은 평화수역 합의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는 NLL 해상 위에 바지선을 띄어 수산물을 거래하는 남북 공동 ‘해상 파시’ 조성까지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어민들은 안전 조업과 어장 확장의 염원을 담아 이달 초부터 한반도기가 그려진 ‘서해5도 어장확장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중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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