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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의 뒤엉킨 스텝

입력
2017.11.23 15: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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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걱정이 돼요." "뭐가요." "제가 실수를 할까봐요." "탱고는 실수할 게 없어요. 인생과는 달리 단순하죠. 만일 실수를 해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죠." 1992년 '여인의 향기'로 6전7기 끝에 마침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알 파치노가 영화에서 괴팍한 성격의 퇴역 장교로 나와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젊은 여자에게 탱고를 추자고 제안하며 나눈 대사다. 경쾌하면서도 열정적인 아르헨티나 춤 탱고는 이 명대사로 인해 세계인들에게 훨씬 친숙하게 다가갔다. 실수를 해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라니...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 하지만 탱고와 달리 수 싸움이 복잡한 정치에서 스텝이 꼬이면 망신살만 뻗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적인 사례다. 2015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그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기탁금 1억2,000만원의 출처가 문제가 되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매달 4,000만원 정도 나오던 국회 대책비 가운데 남은 돈을 집에 생활비로 갖다 줬는데 그 돈을 모은 것"이라고 옹색한 설명을 내놨다. 이 말을 기억한 민주당은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 파문이 불거지자 이 돈을 거론하며 홍 대표를 몰아붙였다.

▦ 성완종 의혹을 비켜 가려고 얘기한 '특활비 쌈짓돈' 해명이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되자 그는 물귀신 작전으로 덮으려다 또 한번 역풍을 맞았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여당 원내대표에게 나온 월 4,000만원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조목조목 밝히며 "야당 원내대표에게도 국회 운영 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보조했다"고 공개한 게 발단이다. 2008년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즉각 "어떤 명목으로든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발끈하며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 놀란 홍 대표는 "내 기억의 착오"라며 꼬리를 내렸지만 이번엔 당시 여야 운영위 간사를 끌고 들어가 또 다른 반발을 낳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과 결정이 빠른 것'이라고 반박해 온 그로선 이처럼 스텝이 마구 꼬이고 엉키니 곤혹스러울 것이다. 탱고를 추듯 감각적인 페북 놀이를 즐기다 말빚을 잔뜩 쌓은 탓이다. 그는 최근 법무부 특활비 의혹으로 국정원 특활비 논란에 맞불을 놓았다. 꼬인 스텝을 탱고로 연결하지 못하고 자충수만 두는 느낌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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