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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링맨’ 힐만 감독이 창조한 ‘제2의 자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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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링맨’ 힐만 감독이 창조한 ‘제2의 자아’는?

입력
2017.07.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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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투수 서진용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미소 짓고 있다. SK 제공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투수 서진용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미소 짓고 있다. SK 제공

프로야구 SK가 ‘왕조 재건’을 위해 선택한 6대 사령탑은 트레이 힐만(54) 감독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캔자스시티ㆍ2008~10)와 일본프로야구(니혼햄ㆍ2003~07)에서 발휘한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정상에 올랐던 SK는 이후 4년간 중위권(6위-5위-5위-6위)에 머물렀다. 더구나 에이스 김광현(29)까지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전열에서 이탈했고, 힐만 감독도 선수단을 파악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2017년 전망은 더욱 어두웠다. 실제 뚜껑을 연 SK는 개막 6연패에 빠지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상처투성이의 팀을 빠르게 치유했다. 그의 영어 이름 ‘Hillman’이 아니라 ‘Heal Man’이 됐다. SK는 승패 마진 -6에서 시작해 전반기를 +9(48승1무39패)로 만들며 KIA, NC의 뒤를 이어 당당히 3위로 마쳤다.

지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본보와 만난 힐만 감독은 “개막 6연패 때는 당연히 실망스럽고 겉으로 걱정도 많이 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이켜봤다.

힐만 감독이 경기 전 타격 훈련 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SK 제공
힐만 감독이 경기 전 타격 훈련 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SK 제공

힐만 감독은 일본과 미국에서 팀을 이끌 때 선수들과도 ‘벽’을 두지 않았다. 무더위 속에서도 경기 전 선수들에게 빠짐 없이 배팅볼을 던져주고, 스스럼 없이 대화도 나눈다. 힐만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최홍성 매니저는 “가끔 제2의 자아로 힘들어하는 선수들과 얘기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힐만 감독은 제2의 자아를 두고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치유를 해주기 위해 스스로 창조한 자아”라면서 “오토 웨이비(Otto Wabyㆍ제2의 자아)라는 사람이 있다”고 3인칭 시점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서 강연을 했었고,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도 2년 연속 스피치를 했다. 재미 있게 개그를 하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능 있는 사람이다. 여기 SK에서는 가끔씩 웨이트 트레이닝장이나 훈련장 소파에 나타난다.”

오토 웨이비를 만난 경험이 있는 주장 박정권은 “항상 힘든 상황에 놓인 선수들에게 감독님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스킨십을 한다”며 “에너지가 넘치고, 팀이 연패 등으로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식당에서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몸소 분위기를 띄운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분위기를 말로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주장인 나도 본받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힐만 감독이 지난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힐만 감독이 지난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힐만 감독도 ‘캡틴’한테 고맙기만 하다. 그는 “더 이상 좋은 선수가 없을 정도로 주장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때로는 다독여주고 중간중간 도전적인 생각들을 넣어준다. 본인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스스로에게도 도전을 하면서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이들을 치유하기 여념이 없는 힐만 감독은 정작 누구로부터 ‘힐링’을 받을까. 힐만 감독은 “SK 구단 직원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아내도 큰 힘이 된다”면서 “와이프는 송도에 교회를 다니는데 벌써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웃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대해선 “술은 아주 가끔씩 먹지만 알코올은 별로 안 좋아한다”며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힐만 감독에게 힘이 되고 있는 가족. SK 제공
힐만 감독에게 힘이 되고 있는 가족. SK 제공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보낸 힐만 감독은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후반기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그는 “후반기 계획을 많이 물어보는데 영업비밀”이라며 미소를 지은 뒤 “선수들이 이제는 내가 추구하는 야구를 조금 더 익숙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불펜진이 꾸준히 해줘야 하고, 전반기 막판에 아쉬웠던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느냐가 후반기의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힐만 감독은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내가 감독을 맡기 전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나은 팀,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기쁨을 줄 수 있는 팀이 되는 것”이라며 “니혼햄 같은 경우는 10년간 8년 정도 좋은 시간을 보냈고, 캔자스시티는 내가 떠난 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2014년)도 했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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