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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tory] 판 커진 日 도시바 인수전, 엇갈린 전망

입력
2017.04.0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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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는 일본 시가현 요카이치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 제공
도시바는 일본 시가현 요카이치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 제공

20조원대의 일본 도시바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ㆍ합병(M&A) 판세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자업체들까지 잇따라 뛰어들면서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우려는 엇갈리고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황과 향후 성장성을 감안, 투자가치가 충분하단 장미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선 도시바에 대한 지나친 고평가로 ‘승자의 저주’를 맛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인수전엔 미국 반도체 업체인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브로드컴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글로벌 IT 공룡 기업인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한국 SK하이닉스 및 대만 홍하이그룹과 더불어 중국 메이디그룹과 칭화유니그룹까지 포함할 경우, 알려진 도시바 낸드플래시 인수 1차 입찰 참여 기업은 10개사에 달한다.

일본 시가현의 도시바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생산 공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바 제공
일본 시가현의 도시바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생산 공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바 제공

장미빛 전망…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잠재 성장성

이처럼 도시바 낸드플래시 부문 M&A 과열 경쟁은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을 비롯해 최근 급부상한 4차 산업 연관성과 무관치 않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저장된 자료가 손실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낸드플래시는 휴대형 저장장치(USB) 및 소형 저장장치(SD카드)에 이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내장형 메모리카드(eMMC)를 거쳐 최근 기술 발전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차세대 저장장치(SSD)로 진화되면서 활용폭도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4차 산업인 AI나 IoT 등은 대용량의 정보 저장 및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 데이터센터와의 유기적인 연동이 필수적인데, 데이터센터에서 이 역할 수행에 도움을 주는 핵심 부품이 낸드플래시다. 글로벌 IT 전자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시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바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업체로,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대만의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7.1%, 도시바 18.3%, 웨스턴디지털 17.7%, 마이크론 10.6%, SK하이닉스 9.6% 순이었다. 덕분에 미국 기업들 사이에선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매각 대금을 2조엔(약 20조원)까지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도시바 낸드플래시 M&A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낸드플래시의 잠재 성장성이 크다는 계산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 경쟁에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도시바 제공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 경쟁에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도시바 제공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와…지나친 고평가와 까다로운 M&A 조건

하지만 도시바 낸드플래시 M&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빅딜을 앞둔 가운데 도시바를 둘러싼 잡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일본 닛폰TV와 일간공업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 회계장부를 심사한 감사법인이 “2015년 이전 결산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에선 “11일로 예정됐던 결산(2016년4~12월)이 정해진 날짜에 이뤄지지 않은 가능성이 커졌다”며 도요타의 상장 폐기설까지 제기했다. 이 경우, 올해 6월 정기주주총회 이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내년 3월 매각 작업까지 완료할 것이란 도시바의 당초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까다롭게 제시된 도시바의 M&A 조건도 걸림돌이다. 도시바측은 일본내 공장과 고용 유지 등을 매각 요건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유출 우려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도 부정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술유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도시바의 매각 요건을 까다롭게 한다면 한국과 중국, 대만 기업들이 이번 M&A에서 아예 빠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수 조원대의 막대한 손실을 본 도시바의 현 상황도 이번 M&A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알짜인 낸드플래시 사업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미국에서의 사업 손실을 빠른 시간 내에 최소화 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면서 매각 대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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