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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지급 구조마저 '다단계'… 중간 단계서 가로채도 구제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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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지급 구조마저 '다단계'… 중간 단계서 가로채도 구제 막막

입력
2015.09.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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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원청→하청→재하청 과정

공사대금 지급땐 역순으로

하청회사 개인적 유용도 다반사

"직접시공 확대·적정임금제 필요"

민주노총 인천ㆍ경기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역삼동 청광종합건설 앞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청광종합건설 하도급업체가 관리하는 공사현장에서 임금 3,400만원을 받지 못하자 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 제공
민주노총 인천ㆍ경기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역삼동 청광종합건설 앞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청광종합건설 하도급업체가 관리하는 공사현장에서 임금 3,400만원을 받지 못하자 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 제공

일용직 건설노동자, 건설기계 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 합당한 보상은 커녕 임금체불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공기(工期)를 맞추라는 성화는 빗발치지만 체불이 발생하면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현실은 그대로다.

다단계 하청구조… 임금체불 악순환으로 이어져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발주처→원청회사→하청회사→재하청회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이다. 현장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월 단위로 노임을 정산해 원청업체에 지급을 요청하면, 원청업체는 다시 발주처에 요구하고 발주처가 이를 확인한 뒤 공사대금을 지급한다. 노동자의 손에 임금이 쥐어지는 과정은 거꾸로다. 작업이 끝난 시점과 임금을 받는 날 사이의 간격이 생기는 것이다. 공사대금을 받는 하청업체 사업주가 개인 빚을 갚는데 쓰는 등 유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유보기간은 32일이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설기계 노동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건설경제연구소(2013년)의 ‘건설기계 실태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임금을 지급받기까지 덤프트럭 노동자는 평균 61.7일, 굴삭기 노동자는 61.8일이 걸렸다. 한 공사현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일감이 고정적이지 않은 건설노동자의 특성상 체불은 생계를 위협하는 직격탄이다. 설날을 열흘 앞둔 지난 2월 전북 전주의 일용직 건설노동자 유모(48)씨가 하청업체 사장 집 앞에서 “밀린 임금을 달라”며 분신을 시도하는 등 체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동자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체불건수 19만 건 체불 사업주 구속은 28명

정부는 상습 체불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고, 대출 등 금융거래시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라는 것이 현장의목소리다. 현석호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전국에 있는 하청전문건설업체들은 체불한 뒤 폐업했다가 건설업면허증의 명의를 빌리는 식으로 다시 일감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가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했는지를 원청회사가 관리ㆍ감독하는‘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 확인제도’도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현장에만 해당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건설현장의 상습체불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도급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관련 법률(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 규정)이 수주한 공사를 1개 업체에만 맡기는, ‘일괄하도급’만 금지하고 있는 점도 한계다. 원청이 대부분 2개 이상의 하청업체에 일감을 나눠주는 식이라 가격경쟁에 의해 하청업체가 정해지고, 이는 영세한 하청업체들의 상습체불로 이어진다. 처벌도 솜방망이다. 정부는 매년 악성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공언하지만 허언으로 그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체불진정 사건은 19만5,000건으로 이 중 사법처리는 5만9,000건이었다. 구속된 사업주는 28명에 불과했다.

직접시공제 확대ㆍ적정임금제 도입해야

상습체불로 고통 받는 건설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직접시공의무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에서는 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에 대해서만 원청의 직접시공 의무비율을 10~50%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종합건설조사에 따르면 2013년 체결된 계약 기준 50억원 미만 공사는 31.1%(금액 기준)에 그친다. 선진국에선 공사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직접시공을 강제한다. 미국 연방고속도로청과 뉴욕주는 관급공사의 50% 이상, 캘리포니아주ㆍ아이오와주ㆍ버지니아주도 관급공사의 30% 이상을 원청이 직접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직접시공제가 확대 도입되면 불공정 하도급, 임금체불, 부실공사와 같은 국내 건설현장의 많은 문제들이 상당수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직종별로 최저임금인 적정임금을 정해 다단계 하청을 거치더라도 동일한 임금을 보장하는 적정임금제의 시행도 해결방안으로 제시된다. 이영철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시공 당시에는 비용이 더 들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 유지관리비용이 적게 들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며 “원하청 구조를 단기간에 개선할 수 없다면 적정임금제를 시행해 체불관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고용노동부가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겠다며 제도개선을 검토했지만,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 대형건설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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