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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6년… 후쿠시마 동물들 돌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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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6년… 후쿠시마 동물들 돌보는 사람들

입력
2017.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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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후 6년이 지났습니다. 오는 31일이면 원전 20㎞ 이내의 경계지역 일부에선 피난지시가 해제되지만, 아직도 방사선량이 높은 다른 지역들이 회복될 길은 멀기만 합니다.

사고 이후 사람은 떠났지만, 혼자의 힘만으로 피난할 수 없는 반려동물과 가축은 원전 주변에 방치되었습니다. 피난민들이 동물을 데리고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겨진 동물 대부분은 굶어 죽었습니다.

주인과 함께 피난할 수 없어 마을에 남겨진 반려견. 한때 반려동물이었던 이들은 목줄이 매인 채로 야생동물과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 기자 pe.deletree@gmail.com
주인과 함께 피난할 수 없어 마을에 남겨진 반려견. 한때 반려동물이었던 이들은 목줄이 매인 채로 야생동물과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 기자 pe.deletree@gmail.com

그렇게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지역에 살아남은 동물들을 돌봐주려 오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요?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 씨는 대지진이 일어난 후, 지난 6년 동안 경계 지역에 남겨진 동물들을 촬영해왔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여전한 풍경 속엔 동물들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굶주림과 외로움에 떨었을 동물들의 지난한 세월이 사진으로 와 닿습니다. 오오타 씨는 동물들을 촬영한 사진을 모아 지난 2013년에 사진집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오오타 씨는 피난민이 떠난 마을에 남겨진 동물들을 촬영해 사진집을 발간했다. 오오타 야스스케 '후쿠시마의 고양이', 책공장 더불어 제공
오오타 씨는 피난민이 떠난 마을에 남겨진 동물들을 촬영해 사진집을 발간했다. 오오타 야스스케 '후쿠시마의 고양이', 책공장 더불어 제공

원전 사고 당시 피난을 떠나야 했던 나미에 마을에 거주하는 아카마 토오루 씨는 현재 피난처인 고리야마 시에서 원전 지역을 오가며 혼자서 개와 고양이 약 100마리를 돌보고 있습니다. 동물들에게 새로운 입양가족을 찾아주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돌본 반려동물은 고양이 600마리, 개 200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나미에 마을의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함께 데리고 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동물은 함께 탈 수 없다는 이유로 피난 버스 탑승을 거부당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머금고 반려동물들을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반려동물이 알아서 무사히 집까지 찾아가기를 빌면서 말입니다.

아카마 씨는 “많은 반려동물들이 도로를 걸어 집을 향해 가는 것을 보았다"며 "그 광경이 잊히지 않아 우선 나미에 마을의 동물들만이라도 보호하려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이 외에도 원전 20㎞ 이내 경계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소입니다. 나미에 마을의 목장주 야마모토 코우지 씨는 일본 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하고, 원래 자택 근처의 목장에서 출하할 수 없는 소 50마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피난처인 니혼마쓰 시에 거주하며 매일 목장을 찾아갑니다. 야마모토 씨는 헛간에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도 놓아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잘못으로 이곳이 오염됐지만, 소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습니다. 식육으로 판매가 안 된다 해도 살생을 할 수는 없어요. 가축도 식용도 아닌 소들에게 '잡초'처럼 살아달라 말하고 싶습니다."

야마모토 씨는 '부활의 목장'이라고 이름 지은 이 목장에서 소들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돌볼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미에 마을에서 '희망의 목장'을 운영하는 요시자와 마사미 씨도 가축의 살처분에 저항하며 소를 300마리 이상 기르고 있습니다. 상품 가치가 없는 소를 기르는 것은 목장주로서의 고집이자 인간에게 버려진 소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라고 합니다.

그는 "이곳의 소를 돌보는 일은 에너지의 미래와도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도쿄 사람들을 위해 전력을 생산하면서 아직도 후쿠시마 땅과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국에선 원전을 재가동해 수출을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계속 소를 기르며 머물 생각입니다."

요시자와 씨는 소의 모형을 태운 선전차로 일본 각지를 돌며 원전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원전으로부터 12㎞ 떨어진 도미오카 마을에서 개, 고양이, 소, 말 등을 돌보는 마츠무라 나오토 씨는 원전 사고 직후에 거리를 방황하는 동물들을 데려다가 보호해 왔습니다. 한때는 근처에 있는 타조 농원에서 도망친 타조도 길렀습니다.

"경계지역에 남아 있는 가축은 살처분하겠다는 일본 당국의 처사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인간 이외의 동물은 모두 피해자입니다."

개 이시마츠의 밥을 고양이 시로가 뺏어 먹는 모습을 마츠무라 씨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오오타 야스스케 '후쿠시마의 고양이', 책공장 더불어 제공
개 이시마츠의 밥을 고양이 시로가 뺏어 먹는 모습을 마츠무라 씨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오오타 야스스케 '후쿠시마의 고양이', 책공장 더불어 제공

마츠무라 씨는 사고 후 일단 대피했지만, 곧 경계구역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왔습니다. 전기나 가스는 물론 물도 끊긴 곳에서 혼자 동물들과 함께 사는 마츠무라 씨의 사연은 다큐멘터리 '나홀로 후쿠시마'로 제작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사연에 감명받은 사람들의 후원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동일본 대지진 후, 경계구역을 오가며 버려진 동물을 돌보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자비로 활동하거나 소정의 모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사고 후 6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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