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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비정한 모정' 4편… 복제에 빠진 일일 드라마

입력
2015.02.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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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비밀 ㆍ선악구도 비슷한 설정

"중장년층에 통해 … 벗어나기 힘들어"

자식을 버리고 신분 상승을 선택한 비정한 모정을 그린 드라마들이 복제품처럼 TV를 장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KBS1 '당신만이 내 사랑', MBC '압구정 백야', SBS '황홀한 이웃' 인터넷 캡쳐
자식을 버리고 신분 상승을 선택한 비정한 모정을 그린 드라마들이 복제품처럼 TV를 장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KBS1 '당신만이 내 사랑', MBC '압구정 백야', SBS '황홀한 이웃' 인터넷 캡쳐

얼마 전 만난 일본인 친구가 tvN 드라마 ‘미생’을 두고 뜬금 없는 말을 했다. 한국 드라마 마니아로 불리는 그 친구가 “‘미생’의 주인공이 결국 그 회사 회장의 아들 아니냐”고 한 것이다. 그 친구의 대답에 황당하면서도 씁쓸했던 것은 한국 드라마에는 항상 출생의 비밀이 적용되며 따라서 그 공식을 알고 있던 일본인 친구가 그렇게 짐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특히 지상파 방송의 아침ㆍ저녁 일일 드라마를 보면 일본인 친구의 반응이 영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BC ‘압구정 백야’와 KBS1 ‘당신만이 내 사랑’, MBC ‘장미빛 연인들’, SBS ‘황홀한 이웃’이 비슷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중심에는 아이를 버리거나 친모라는 사실을 숨긴 비정한 모정이 있다.

‘압구정 백야’와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힘들어하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부잣집 남자와 재혼한다. ‘압구정 백야’의 서은하(김보희)는 아픈 남편과 친자식을 버리고 의사인 조장훈(한진희)과 결혼하고 화랑의 대표가 된다. ‘당신만이 내 사랑’에서는 힘들게 장사하며 살던 남편과 딸을 버리고 부잣집 가정부로 들어간 지수연(이효춘)이 아예 그 집 안방마님이 된다. 두 드라마에서는 두 어머니가 자신들의 과거가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까지 함께 나와 쌍둥이 드라마 같은 착각을 준다. ‘당신만이 내 사랑’에는 필리핀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부정하는 아버지(정한용)까지 나와 자극을 추가한다.

‘장미빛 연인들’과 ‘황홀한 이웃’에도 자식에게 친모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장미빛 연인들’에서 백장미(한선화)는 박차돌(이장우)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초롱이(이고은)가 있지만 아이를 만나기만 할 뿐 엄마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 SBS ‘황홀한 이웃’에서도 공수래(윤손하)가 남편 몰래 시누이 서봉희(전익령)의 딸 유나를 자신이 낳은 딸처럼 키운다.

이 같은 쌍둥이 드라마는 한국 일일극의 딜레마다. 100부작 이상 장기 레이스를 이어가는데 출생의 비밀보다 더 좋은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PD는 “전반적으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은데 그나마 아침과 저녁 드라마가 10% 이상의 시청률을 낸다”며 “이들 드라마의 주 타깃인 40대 이후 중ㆍ장년 시청자를 잡으려면 출생의 비밀, 선악구도 등을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같은 구도가 시청률을 어느 정도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드라마의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 드라마에는 많은 비판이 따른다. ‘당신만이 내 사랑’의 홈페이지에는 “국민에게 TV 수신료 걷어 이런 막장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하다니… KBS는 좀 더 질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길 바란다. 수신료 납부가 보람 있게 느껴지도록.” “뼈대만 있고 전체적인 내용의 영양가 없는 드라마다. 작가 교체는 안 되는가? 배우들이 아깝다” 등의 질타가 올라와 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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