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허가 물량 25년만에 70만가구 돌파할 수도
“2~3년 뒤 집값 폭락” 경고음 확산
주택경기 둔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공급물량이다. 주택도 수요 공급의 법칙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물량만 보면 과잉공급으로 인한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수요를 초과하는 인허가 물량이 10만가구를 넘어설 태세다. 특히 올해는 초과 물량이 30만가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50만가구를 넘어 70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8월말 현재 45만2,185가구를 기록 중인데, 건설사들의 분양 추세를 감안하면 4개월 동안 추가될 인허가 물량이 25만가구를 웃돌 수 있다는 것이다. 인허가 물량이 70만 가구를 초과한 것은 1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된 1990년(75만378가구) 한 해뿐이었다. 65만가구를 넘어선 해도 1990년을 포함해 1993년(69만5,319가구), 2002년(66만6,541가구) 등 3번밖에 없었다.
남은 4개월 분량을 제외한다고 해도 이미 2013년(44만116가구) 전국 주택 인허가 수치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51만5,251가구로 2013년보다 7만가구(17%이상)이상 늘었다.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이 2013년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추산한 연평균 주택 수요가 39만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10만가구 이상 수요를 초과한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현재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분양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인허가 물량도 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물량으로 보더라도 내년은 과잉공급으로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던 2010년 상황보다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6만4,895가구) 및 수도권(4만4,109가구) 입주 물량은 2010년보다도 각각 전국 기준으로는 7,562가구, 수도권 기준으로는 1만1,183가구나 많은 수준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증하면 결국 미입주 물량이 생겨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주택이 인허가 후 보통 2~3년 뒤 완공되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쯤에는 집값 폭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실제 2007년 부동산 경기 과열로 분양가상한제가 민간 택지로 확대되자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 처음으로 민간 분양물량이 22만가구를 넘겼고, 결국 2008년부터 미분양 급증에 따른 부동산 침체로 이어졌다.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매한 하우스푸어가 대량 양산됐던 것도 이 시기다. 더구나 2017년부터는 우리나라 인구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돌아서는 시기라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 키우는 요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2015하반기, 주택경기 둔화의 시작인가’ 보고서에서 “지난해부터 쏟아진 분양물량은 2008~2012년 부족분을 충족하는 수준이었으나 올 하반기 이후 분양물량(9만가구)은 세대수 기준 필요물량(5만8,000가구)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라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주택 경기 둔화와 주택 매매 가격 하락에 따른 입주 포기(중도 계약해지 등)의 현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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