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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인사청문회 정국서 갈피 못 잡는 야당… 결국 키는 文 대통령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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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인사청문회 정국서 갈피 못 잡는 야당… 결국 키는 文 대통령에게”

입력
2017.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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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찾지 못한 야당들

‘쇼통, 먹통, 불통’만 외친 한국당

“안 되는 집이 말 많더라” 자조도

진보-보수서 표류 중인 국민의당

호남 중진과 초ㆍ재선 사이 엇박자

4당 체제 아직 본궤도에 못 올라

인준 표결ㆍ추경 등 계속 충돌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야당의 반대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이르면 주말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도 밀어붙일 태세다. 이렇게 되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표결, 추경예산안, 정부조직법 개편 등 고비마다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보다 많은 조율과 타협의 기회를 줄 것으로 여겼던 4당 체제는 아직 본궤도 위에 오르지 못한 채 협치의 다짐은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갈수록 정국은 경색되어 가는데 협치를 향한 첫 발을 떼지 못하는 각 당의 속내를 전하기 위해 정당팀 기자 4명이 카톡방에 모였다.

여의도 구공탄(이하 구공탄)=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왔을 때 사전 환담 자리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불참할 때부터 조짐이 안 좋았죠.

호밀밭의 세탁기(이하 세탁기)=국회 방문 전날 청와대가 추가 인선을 발표하면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음주운전 이력을 공개한 것이 더욱 화를 돋운 거 같아요.

여당 탐구생활(이하 탐구생활)=시정연설 당일 방청석에서 본회의장 내부를 지켜보니 한국당도 일단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려는 모습이기는 했어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립은 하되 박수를 치지 않았죠.

구공탄=한국당 기류가 조금 오락가락이었죠. 문 대통령이 오후 1시 40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사전 환담을 했는데, 정우택 원내대표가 갈지 말지 막판까지 고민했다고 하거든요. 이날 모 언론사랑 점심 식사를 같이 하다 결국 환담에 간다면서 자리를 떴는데, 시간이 늦어 본회의장으로 바로 갔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시정연설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 야당 의원 자리로 가서 서청원ㆍ정진석ㆍ나경원 의원 등 한국당 중진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던 거 같고.

봄 대선 야근말고(이하 야근말고)=본회의장 맨 앞줄과 뒷줄에 위치했던 국민의당 의원들도 뒷짐 지고 있다가 엉겁결에 문 대통령과 악수를 했는데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더라고요. 나중에 해당 의원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처음엔 민주당 의원으로 착각한 거 아닌가 싶었다”며 “그래도 대통령이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데 어떻게 거절하느냐”고 되묻더군요.

탐구생활=위태위태하던 여야 협치 모드에 본격적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김상조 위원장 임명 강행 이후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탁기=그렇죠. 한국당은 그동안 아침회의만 1시간 이상씩 진행하면서 입만 열면 김상조 후보자를 집중 공격했거든요.

구공탄=회의에선 구체적인 의혹 제기가 있었나요.

세탁기=말은 많았지만 확실한 팩트는 없었죠.ㅠㅠ 똑같은 내용을 정우택 원내대표부터 시작해서 여러 의원들이 돌려가면서 얘기하는 수준이었죠. ‘쇼통, 먹통, 불통’ 이른바 3통 프레임도 처음 들을 때는 신선했지만 너무 계속하니까 지겹더라고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안 되는 집이 원래 말만 많더라”라는 자조가 나왔죠. ㅠㅠ

구공탄=그런데 이상한 게 김 위원장 임명을 청와대가 강행한 다음날 한국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파행을 이어갈 듯 하더니 반나절도 못 간 오후 2시 청문회를 재개한 점입니다.

세탁기=정작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날엔 의총도 안 열더라고요. 아직도 ‘웰빙 정당’ 모드에서 못 벗어난 한국당의 현주소 아닐지. ㅎㅎ 겨우 다음날에야 의총을 열긴 열었는데 그 후에도 인사청문위원 노트북 앞에 코드 인사를 비판한 피켓 문구를 붙인 것 외엔 달라진 게 없었죠. 한 재선 의원은 “3선까지 한 한국당 의원 중엔 야당 생활 안 해 본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촌평 하더군요.

탐구생활=여당 의원들 얘기로는 사우나에서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을 만나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 미안하다“ “야당을 오랜만에 해봤더니 전투력을 잃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인 데다가 자칫 협치 거부가 몽니로 비춰질 수도 있어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하네요.

구공탄=무작정 반대만 하는 한국당도 문제지만, 협치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도 제 역할을 못하는 거 같아요.

야근말고=맞습니다. 국민의당은 현재 야당과 범여권 중간 어딘가에서 표류 중이라고 할 수 있죠. 13, 14일 강원 고성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도 이런 국민의당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났는데요. 공개 토론에서부터 “이 당의 위치는 어디냐“ “협치를 한다면서 전략은 있냐” “우리는 진보와 보수 어디쯤이냐” 등 ‘폭풍’ 지적이 나왔어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당 지도부가 저녁식사 후 비공개 토론으로 전환해버렸죠. 기자들 보는 앞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싸우는 모습 보이기가 민망해 그랬다는 후문입니다.

구공탄=국민의당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뭔가요.

야근말고=내년 지방선거 때 호남에서 승리가 제1의 목표인 호남 중진들과, 안철수 전 대표가 주창한 ‘3당의 길’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 사이의 간극 때문이죠. 호남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고려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발언을 하고, 초재선 의원들은 보수야당이 걷고 있는 ‘선명 야당’을 주창하는 거죠,.

구공탄=보수 성향의 야당인 바른정당 분위기는 어떤가요.

야근말고=바른정당도 갈피를 못 잡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선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김이수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당보다 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죠.

탐구생활=한국당도 바른정당도 다당제 체제에서 아직 확실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거 같아요. 인사청문회 정국이 정권 초반 여야 권력관계를 결정한다는 관행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한국당이 청문회를 거치며 기다렸다는 듯 “협치 깨졌다“고 하는 걸 보면 협치를 배반해야 제1야당의 살 길이 만들어진다는 그릇된 믿음이 있는 듯 하고요.

구공탄=지난 총선 결과 다당제 구조로 바뀌자 과거처럼 꽉 막힌 정국이 되더라도 운영의 묘를 살릴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죠. 1988년 민주정의당(노태우), 통일민주당(김영삼), 평화민주당(김대중), 신민주공화당(김종필)의 4당 체제에서 여야의 법안 협의가 가장 잘 됐다는 경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같아선 기대 이하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탐구생활=여당 의원들도 인사청문회 정국에선 협치 가능성에 회의적이더라고요. 다당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각 당마다 사안별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반면 인사청문회는 찬반으로 입장이 나뉘는 문제이다 보니 협치의 기반이 되는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거죠.

구공탄=정권 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정국의 키는 결국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봐야죠. 정권의 운용자로서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그리고 야당은 어떻게 대응할지 지금보다 슬기로운 지혜를 도출해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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