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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응시할까, 로스쿨 갈까... 학부생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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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응시할까, 로스쿨 갈까... 학부생의 딜레마

입력
2015.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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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올인하면 학점관리 안돼

로스쿨 포기해야 하는데…”

준비 과정 달라 병행도 힘들어

정부 오락가락 방침에 혼선

6일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4년간 더 유지하자는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 후 신림동 고시촌 주변 벽면에 붙여진 학원 선전 포스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4년간 더 유지하자는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 후 신림동 고시촌 주변 벽면에 붙여진 학원 선전 포스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예정됐던 사법고시 폐지를 4년간 유예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법조인을 희망하는 학부생들이 사시 응시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사시에 전력투구 하려면 학점을 중시하는 로스쿨을 포기해야 되고, 로스쿨을 선택하면 연간 1,5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3년간 부담해야 하는 데다 사시 출신과의 보이지 않은 차별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학부 1,2년 생들은 이미 사시 폐지를 전제로 로스쿨을 준비해왔는데, 정부의 입장 번복으로 극심한 혼선을 겪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 말 마지막 사시 1차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었므로, 이들은 사실상 로스쿨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첫 세대였다.

대학 입학 후 줄곧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뒀다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A(20)씨는 현재 계획에 없던 사시 응시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A씨는 6일 “로스쿨 진학을 위해 1학년 때부터 계절학기를 듣는 등 열심히 학점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시 준비와 병행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시 출신보다 안 좋은 것이 현실이라 로스쿨 진학만 고집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진로를 바꾸거나 병행하기로 하더라도 사시와 로스쿨의 준비과정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과 영어뿐만 아니라 학부 학점과 대외활동 등도 챙겨야 하는데 반해, 사시는 이른바 시험에 출제되는 ‘주요 7법’에 매달려야 해서 학부 강의보다는 학원 강의에 집중해야 한다. 고려대 1학년 김모(20)씨는 “로스쿨을 생각하면 사회 진출 후 차별대우를 받을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사시에 ‘올인’할 경우 학점관리가 안 돼 향후 로스쿨은 물론 취업에까지 지장을 받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마친 뒤 별도의 공백기를 갖고 로스쿨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4일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는 최종입장이 아니다”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면서 학생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희대 졸업 후 2년 동안 로스쿨 진학에 매달렸다는 한모(25)씨는 “당연히 사시가 없어질 것이라고 여겨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로스쿨을 위한 맞춤식 공부를 해왔는데 사시 존치 얘기가 나와 황당했다”며 “법무부가 모호한 말을 반복하고 있어 무적 신분의 수험생들은 사시 학원을 등록해야 할지 로스쿨 준비를 이어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법무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협회는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 장관의 퇴진운동을 강력히 진행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어 “2017년 사시 폐지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라며 “법무부는 대통령의 약속을 짓밟지 말라”고 강조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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