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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등록 : 2015.11.10 16:11
수정 : 2015.11.10 19:56

식용개 뽀뽀쟁이 반려견 되다

[고은경 기자의 반려배려]

등록 : 2015.11.10 16:11
수정 : 2015.11.10 19:56

한국 농장에서 구조돼 미국으로 보낸 도사견 히어로를 입양한 가족이 아이가 함께 지내는 도사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제공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도사견과 도사누렁이(덩치를 키우기 위해 만든 혼혈견)를 대규모로 기르는 농장을 처음 가봤다.

국제 동물보호단체(HSI)가 이 농장을 산 다음 개는 미국으로 입양시키고 농장주는 전업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농장주를 설득하는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농장에는 도사견과 도사누렁이뿐 아니라 비글, 도베르만, 리트리버도 있었다. 농장주는 도사누렁이는 대부분 식용으로, 나머지는 이른바‘애완견’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처음 본 도사누렁이는 생각보다 컸다. 어차피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기르는 것이라 몸무게 늘리는 데만 치중한 결과다. 큰 개는 몸무게가 70~80㎏까지 나간다고 하니 보통 성인 남성 덩치와 비슷하거나 더 컸다.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창) 속 개들은 사람들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짖어댔다. 밥그릇과 물통은 이미 깨끗이 비운 상태여서 무엇을 먹는지 볼 수 없었다. 주로 닭 부산물을 날 것 그대로 갈아서 준다고 했다. 한 뜬장 안에는 도사누렁이 모견과 새끼 강아지들이 모여 있었다. 기분 탓인지 새끼 강아지의 멍한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다. 이 강아지는 몇 주 후면 어미개와 격리될 것이다. 땅 한번 못 밟아 보고, 하늘 한 번 못 올려다 본 채 뜬장 속에서 살다가 8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도축될 것이다. 함께 간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한참 울었다.

농장주는 지원 조건이 맞으면 농장을 접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동물단체는 워낙 대규모 농장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한 채 애만 태웠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서 먹는 개와 기르는 개는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 논리로 집에서 개를 키우며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봤다. 아마 먹는 개와 반려견이 다르다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품종인 것 같다. 몰티즈, 시추는 덩치도 작고 집에서 키우는 개고, 도사누렁이나 토종 황구는 먹어도 되는 개로 생각하는가 싶다.

그런데 도사누렁이와 토종 황구는 몰티즈, 시추와 다르게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고 산책도 하지 못하는 개일까. 미국으로 건너간 200여 마리 도사누렁이와 토종 황구를 보면 이들도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국 농장에서 입양한 미국인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 개농장 생존견 가족 모임(Korean Dog Meat Farm Survivors)’을 만들어 농장에서 입양한 개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올리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로 입양된 진도 혼혈견 루나는 처음에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사람과 의사소통도 전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학습 속도가 매우 빨라 이제는 가족들의 명령을 알아듣는 것은 물론 다른 두 마리 반려견과 함께 카약을 즐기고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다. 도사견 리사는 처음 3주간은 케이지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가족의 양말에 집착하고 가족들에게 키스를 멈추지 않는 애교쟁이로 거듭났다.

국내에서는 약 1만 7,000여 농장에서 200만 마리의 개를 식용으로 기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200만 마리도 애교 부리고 주인과 교감할 수 있는, 우리 곁의 반려견과 똑 같은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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