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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톤 선체 흔들리며 도르래와 충돌…인양줄 끊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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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톤 선체 흔들리며 도르래와 충돌…인양줄 끊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입력
2017.03.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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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인양 과정

돌발 변수 탓 오후엔 지지부진

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잭킹바지선 2척이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의 녹슨 우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잭킹바지선 2척이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의 녹슨 우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세월호가 보인다.”

밤샘 인양 작업이 이어진 지 7시간 째인 23일 오전 3시45분 상하이샐비지 소속 잭킹바지선(유압잭이 장착된 바지선) 2척 사이로 검은 물체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자 해양수산부의 한 직원이 이렇게 외쳤다. 밤새 인양 작업에 매달리느라 피곤에 지친 상하이샐비지의 중국인 인부들도 졸린 눈을 번쩍 뜨고 이 물체 근처로 모여들었다. 물체는 3년전 온전했던 세월호의 좌우 균형을 맞춰주던 스태빌라이저(자세안정장치)였다. 세월호가 물 바깥 세상과 1,073일만에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이내 수면 아래로 세월호 우현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세월호가 해저면으로부터 22m 떠올라 해수면에 맞닿은 건 이날 오전 4시47분이다. 8시간 동안 1시간에 3m씩 떠오른 세월호는 곧 녹슨 민낯을 드러냈다. 떠오른 세월호의 모습을 본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족들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와 상하이샐비지에게는 인양 작업이 순조롭다는 ‘청신호’이기도 했다.

순조롭던 인양 작업은 이날 아침 목표 높이(수면 위 13m)를 11m(해저면에서 24m 부양) 남겨 놓은 상황에서 돌발 변수를 만났다. 세월호가 잭킹바지선 사이 공간으로 상승하면서 3척의 선박들 사이 틈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수면 위 드러난 세월호 우현 폭은 26m로, 잭킹바지선 사이가 31m 사이임을 감안하면 여유 공간은 5m에 불과하다. 게다가 잭킹바지선 외부에 인양줄을 통제하는 도르래가 돌출돼 있어, 8,000톤에 달하는 세월호가 조류에 흔들리면서 이 도르래와 충돌하는 현상들이 반복됐다.

상하이샐비지는 오전 7시부터 즉각 1차 고박 작업에 돌입했다. 인부들은 세월호가 잭킹바지선 도르래와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세월호 선체에 올라타 세월호를 고정시켰다. 세월호 표면에 붙어있는 환풍구와 핸드레일 등 인양 방해물을 제거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이로 인해 인양 작업은 한동안 제자리 걸음을 해야 했다. 당초 세월호는 오전 11시면 수면 13m 위로 완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후 5시 수면 위 8.5m까지 부양한 뒤 오후 8시까지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해수부는 “난간, 케이블 등 인양에 지장을 주는 부분들을 제거하고 있고, 선미(배꼬리) 쪽에는 잠수부가 투입돼 인양 방해물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선체가 완전 부양한 다음에는 2차 고박 작업이 이어진다. 세월호를 1.8㎞ 떨어진 반잠수선으로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잭킹바지선 2척과 세월호를 단단히 묶는 작업이다. 이후 잭킹바지선과 해저면을 연결하고 있는 16개 앵커(닻)를 해제한 후, 예인선들이 3척의 선박을 반잠수선까지 이동시키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월호 부양 후 반잠수선 선박이 목포신항 거치를 마칠 때까지는 10~11일의 기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초반에 어려운 대부분 진행된 만큼 본 인양 작업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반잠수선 선적, 육상 거치 단계에서 선체 균형만 잘 맞춘다면 기술적인 위험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양업체 관계자는 “전체 난이도로 봤을 때 50% 이상은 완료됐다”며 “이후 인양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갑자기 돌풍이 불면서 기상 여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선체 균형이 깨지면 배가 다시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진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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