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광진 기자

등록 : 2017.09.06 04:40

[혁신도시 10년, 내일을 묻다] ‘투기 광풍’ 임대료 급등에 인프라 발목

<2> 부동산 광풍 휩쓸다

등록 : 2017.09.06 04:40

텅빈 상가ㆍ사무실 널려

작년 경남 청약경쟁률 216대1

아파트 상가는 부르는 게 값

강원ㆍ전남ㆍ제주도 비슷한 양상

8ㆍ2대책에 투기 열기 재점화

‘학ㆍ관ㆍ연 협력성장’ 취지 무색

김천혁신도시 전경. 고층아파트숲과 농경지가 비대칭을 이루고 있다.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경남 진주시 경남혁신도시는 지난해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21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상가 경쟁률도 폭등하다 보니 웬만한 단독 상가 1층은 3.3㎡당 3,000만원, 아파트 상가는 5,000만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는 구도심보다 1,000만원 이상 높다.

혁신도시에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 박모(50)씨는 “구도심 기존 상인들은 입주를 엄두도 못 내고 대규모 프랜차이즈업체 정도가 점포를 열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가 경남혁신도시의 이른 정착을 막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경북 김천시 율곡동 경북혁 신도시는 총 13개의 기관이 모두 이전했고 마지막 민간아파트 입주도 한창이지만 중심상가를 비롯한 생활 인프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TX김천구미역 앞 한 3층짜리 상가건물은 4분의 3이 비었고, 1층 우편함은 대출안내 등 '찌라시'로 가득 차 있었다.

경남 경북 등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인프라 시설 확충이 더딘 이면에는 부동산 투기광풍이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값 폭등으로 임대료 상승, 상가 공실률 증가, 도시형성 지연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6년 전 경북혁신도시 분양 당시 3.3㎡당 500만원 대이던 상업지역 땅값이 최근에는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1,200만원 이상 호가한다. 10여년 전 3.3㎡당 8,000원에 불과하던 혁신도시 경계 바깥 한 임야 공시지가가 올해는 16만원으로 20배나 뛰었다. 혁신도시 외곽 나대지도 3.3㎡당 200만원대에 이른다.

혁신도시 주조성용지 분양 현황

폭등한 땅값과는 달리 장사는 생각처럼 되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상주인구가 적고 주말에 집을 비우는 이전기관 임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전공공기관 앞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30)씨는 “지난해 초 3억원을 들여 개업했는데, 제대로 영업할 수 있는 날은 월~목요일까지 4일뿐”이라며 “8만명이 넘는 인천 청라지구와 2만명도 안 되는 경북혁신도시 임대료가 비슷하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원혁신도시가 조성된 원주시 반곡동은 전국에서도 가장 '핫'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원주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반곡동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1.02%, 지난해는 14.3%나 상승할 정도로 부동산경기를 견인해왔다. 원주 전체 평균 5.02%, 5.1%에 비해 2~3배에 이른다.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인 전남 나주시 빛가람도시는 정부의 8ㆍ2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가장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과대학 설립이 속도를 내면서 혁신도시는 물론 광주 남구ㆍ서구지역 땅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 발표 올 상반기 국토지가변동률에 따르면 광주 전남지역 땅값은 전년 동기대비 2.08%, 전남 1.84%로 지방평균 1.82%를 상회했다. 특히 광주 남구는 2.84%, 전남 나주시 2.62%로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1일 오후 찾아본 이곳 역시 사무실도 대부분 비어 있었고, 임대와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만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투기 광풍이 가장 뜨겁게 몰아쳤던 제주지역 내 혁신도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역 부동산업계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10월 3억4,500만~3억5,500만원이던 제주혁신도시 LH2단지 84.94㎡형이 지난 7월에는 5억1,500만원으로 2년도 되지 않아 1억5,000만원 이상 폭등했다. 땅값은 이보다 더 올라 2015년 1월 3.3㎡에 190만원이던 혁신도시 내 1종주거지역 대지가 6월에는 478만원에 거래됐다.

3일 오전 경북 김천시 율곡동 경북혁신도시 내 한 아파트단지 상가들이 매매, 임대 현수막을 내건 채 비어있다. 김천=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타 지역 혁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제주혁신도시도 땅값 폭등이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고, 높은 공실률로 이어졌다. 일부 매장은 비싼 임대료에도 매출은 턱없이 적어 개점과 동시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 혁신도시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2005년 말 입지선정이 완료 직후부터 혁신도시 내 상업ㆍ업무용지는 물론 아파트도 여러 차례 손바꿈을 하면서 급등했고, 결국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의 8ㆍ2부동산대책은 꺼져가던 혁신도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거주지 제한 없이 1순위 자격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북혁신도시 일부 상가는 이미 구도심을 능가할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주택용지 분양률은 100%, 업무용지도 평균 95.2%나 된다. 하지만 혁신도시 조성의 근본 이유인 학ㆍ관ㆍ연의 협력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산업용지나 클러스터 용지는 극히 저조하다. 클러스터용지 분양률은 대구 65.4%, 울산 61.7% 등에 불과하다. 경북(47.6%)과 충북(28.7%)은 절반도 팔지 못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 이사는 “혁신도시에 투기꾼들은 거의 발을 뺐지만, 일부 지역은 땅값이 지나치게 올라 도시형성에 장애를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개발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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