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시중은행·농협·기은 등 9곳
기준금리 0.93%p 하락한 지난 1년
가산금리 0.37%p 올려 손실 보전
주택담보대출 소비자 혜택 반토막
은행들 자율로 가산금리 결정 한계
원칙 있다지만 산정 방식 베일에
비교공시·자체 심의위도 유명무실
당국은 "금리 재량권 불가피" 팔짱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수익 감소를 가산금리를 올려 메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재량에 따라 가산금리를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리면 가산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 같은 가산금리 조정은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조정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산금리 산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실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2014년8월~2015년8월) 시중은행 7곳과 농협과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 2곳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기준금리가 2.75%에서 1.82%로 0.93%포인트 하락한 사이 가산금리는 0.74%에서 1.11%로 0.37%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대출금리는 3.49%에서 2.93%로 0.56%포인트 내렸다. 이 기간 기준금리가 1%포인트 넘게 하락했음에도 가산금리의 ‘역주행’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신규 대출을 받을 때의 금리 하락폭은 0.56%포인트에 그쳤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경우 대출금리가 작년 8월 3.44%에서 올 8월 3.01%로 0.43%포인트 하락한 반면 가산금리는 0.68%에서 1.19%로 0.51%포인트 올랐다. NH농협은행 역시 대출금리가 같은 기간 3.44%에서 2.85%로 0.59%포인트 떨어진 사이 가산금리는 0.48%에서 1.14%로 0.66%포인트나 상승했다. 나머지 7곳 은행 모두 가산금리가 적게는 0.12%포인트(신한은행), 많게는 0.66%포인트(농협은행)까지 상승했고, 그 사이 대출금리는 최저 0.38%포인트(기업은행)에서 최고 0.78%포인트(신한은행) 하락하는데 그쳤다.
은행들은 실제 이처럼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자 수익을 보전해온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개 은행의 올 들어 7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이자수익은 약 7조88억원으로 작년 연간 이자수익(12조2,819억원)의 57%에 육박한다. 이 추세라면 올해도 작년과 거의 비슷한 이자수익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는 열악한 영업환경에도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을 늘리면서 이자 수익 감소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이 기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1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정우택 의원은 “주택담보대출은 개인의 신용도와 무관해 은행 업무 중에서도 ‘땅 짚고 헤엄치기’에 비유되는 업무”라며 “가계부채가 급증한 지난 10년 동안 국책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11곳은 111조원의 이자수익을 올리는 등 기준금리 하락기에도 연평균 13조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중금리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기준금리와 달리 가산금리의 경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는 변동금리 상품의 경우 은행연합회의 시중은행 월별 조달금리 평균치(코픽스)를, 고정금리 대출은 대부분 5년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반면 가산금리의 산정은 은행들의 자율에 맡겨진 상태다.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9개 항목(리스크 프리미엄과 유동성 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 목표이익, 수신부대비용, 업무원가, 전결금리, 교육세,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등) 정도만 공개가 돼 있을 뿐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베일에 쌓여 있다.
은행들은 정부 정책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산금리가 변동하는 것일 뿐, 일각에서 지적하듯 원칙 없이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 작년 7월 가산금리가 0.15%에 불과하다가 넉 달 후 0.94%까지 치솟은 농협은행 관계자는 “작년 7월 무렵 고정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가산금리가 낮은 상품을 대대적으로 특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행 규정 상 가산금리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2012년 감사원이 은행들의 자의적인 가산금리 산정에 대해 지적을 한 뒤 2013년 3월부터 가산금리 비교공시가 의무화되고 내부 통제를 위해 자체적인 심의위원회가 설치됐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한 조치에 그쳤다는 평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가산금리의 경우 대출 상품 별로는 공시가 되고 있지 않고, 심의위원회는 은행 내부 조직일 뿐 아무도 결정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산금리 산정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영업은행들도 대출 경쟁을 하기 때문에 금리에 대한 재량권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현재 가산금리에 대해서는 따로 보고를 받거나 상시적인 감독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가 내년부터는 은행별 대표 상품까지 가산금리를 공개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지만, 이 또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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