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유통 거인의 쓸쓸한 퇴장… 신격호 시대 막 내려

알림

유통 거인의 쓸쓸한 퇴장… 신격호 시대 막 내려

입력
2017.06.25 16:43
0 0

2차대전 종전 후 껌 하나로 시작

매출액 92조원 대기업 일궜지만

후계 경영권 분쟁 속 쓸쓸히 퇴진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벗어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롯데 신화를 일군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휠체어를 탄 신 총괄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총수 일가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롯데 신화를 일군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휠체어를 탄 신 총괄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총수 일가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껌 하나로 시작해 ‘롯데 신화’를 일군 ‘거인’이 쓸쓸히 퇴장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95) 총괄회장이 한ㆍ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1948년 도쿄에서 (주)롯데를 창업한 지 약 70년 만에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4일 도쿄 신주쿠(新宿)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새 이사진에서 배제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한 8명이 재선임됐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사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직을 퇴임하고 명예회장에 취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잇따라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퇴진 수순을 밟아왔다.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롯데쇼핑 이사직도 내려놓았다. 현재 한국에서 롯데알미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8월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로 90조원대 거대 그룹을 일궈낸 거인이다. 20세 때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2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8년 도쿄에서 껌 회사인 (주)롯데를 창업하면서 롯데 신화의 막을 올렸다. 이후 그는 초콜릿(1963년), 캔디(1969년), 아이스크림(1972년)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을 이어갔다.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꿈이었던 신 총괄회장은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롯데제과 설립을 시작으로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의 지휘 아래 식품ㆍ관광ㆍ유통ㆍ건설ㆍ화학 등에 걸친 진용을 갖추게 된 롯데그룹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을 통해 오늘날 재계 서열 5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국내 창업 첫해인 1967년 8억원의 매출에 불과했던 롯데는 지난해 그룹의 총 매출액 92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엔 신 총괄회장의 염원이었던 123층 마천루 롯데월드타워도 문을 열었다.

이런 성과를 거뒀음에도 신 총괄회장의 퇴장에서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현재 롯데가 처한 어려움 때문이다. 2015년 7월 불거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지금껏 이어지고, 롯데 총수 일가는 경영 비리 의혹으로 매주 재판정에 서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95세의 고령인 데다 신체 및 정신 건강도 떨어져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 지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신화를 일군 신 총괄회장의 업적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후계구도 마련에 미흡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일본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에 이어 또다시 신 전 부회장 측에 승리를 거두며 한ㆍ일 롯데그룹의 지배권을 한층 공고히 하게 됐다. 이날 이사회에서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4명의 이사 선임건과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건, 1명의 감사 선임권은 모두 부결됐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