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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도 암이다] 갑상선암 수술 후 치료법과 환자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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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도 암이다] 갑상선암 수술 후 치료법과 환자들의 삶

입력
2017.07.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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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욱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아이와 며칠이나 떨어져 지내야 하나요?”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을 떼내는 큰 수술을 받고 난 뒤 환자들에게 찾아오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있다. 바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수술로 다 제거할 수 없던 미세 갑상선 세포들을 찾아내 없애는 치료법이다. 보통 갑상선 전(全)절제 수술 후 재발 위험도를 평가해 필요할 때 시행한다. 요오드는 해산물 등에서 섭취할 수 있는 일반 영양소인데, 갑상선에만 유일하게 흡수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요오드와 방사성 물질을 붙여 놓은 알약이 바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제’다. 이를 먹으면 수술 후 남아 있는 갑상선 세포와 갑상선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흡수돼 파괴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다른 조직에 끼치는 영향이 적어 큰 부작용 없이 재발과 전이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치료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복용 후 통상 5~7일 이내에는 환자에게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안전 관리를 위해 단계별 격리가 필요하다.

고용량을 사용하면 치료 후 격리병동을 쓰고, 감마선 선량을 파악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기준에 도달하면 퇴원한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보통 1주일 정도 침, 눈물, 대소변, 땀으로 방사능이 배출될 수 있고, 아직 남아 있는 방사능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장시간 다른 사람과 1m 이내 밀접한 접촉은 피해야 한다.

갑상선암은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환자가 많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으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부에서 스스로를 격리하는 엄마들도 많다. 마치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사는 셈이다. 어린 자녀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야 하니 수술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더 어려워 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고통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치료 전 1~2주 정도 요오드 함량을 줄이는 ‘저요오드식’으로 갑상선 세포들이 요오드에 배고픈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또 준비 기간 동안 갑상선 호르몬제를 중단해야 체내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늘려 남아 있는 갑상선 세포를 활성화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때 호르몬제를 중단하면 환자는 피로, 어지럼증 등의 일상생활이 어려운 심각한 갑상선 기능 저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끊지 않고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보험이 제한적이라 환자들은 이래저래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연구결과 전신대사작용에는 변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환자 가운데 침샘 염증이나 위염으로 일시적으로 고생하거나 식이요법으로 지친 상태에서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은 ‘착한 암’이라고 해서, 또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해서, 갑상선암 환자들의 삶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갑상선암도 암이다. 수술 후에도 어렵고 힘든 치료과정 속에서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조선욱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조선욱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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