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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제2 백악관 ‘트럼프 호텔’ 돈과 권력 몰린다

입력
2017.08.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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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5성급 업그레이드

워싱턴 거물들 수시로 드나들며

로비스트ㆍ외국정부 관계자 북적

각종 행사 등 반년 매출 225억원

대통령 후광 “부당 이득” 비판도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 호텔인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광으로 ‘제2의 백악관’으로 불릴 정도로 권력자와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몰리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워싱턴’ 내부.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 호텔인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광으로 ‘제2의 백악관’으로 불릴 정도로 권력자와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몰리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워싱턴’ 내부.

지난 21일 낮 1시 무렵, 미국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거리 1,100번지 ‘구(舊) 우체국 건물’. 지난해 가을부터 5성급 호텔이 된 건물 1층에는 정장 차림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유리 천장의 햇빛과 샹들리에 조명이 사파이어 빛깔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룬 ‘벤자민 바’(Benjamin Bar) 주변에는 로비스트와 외국정부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호텔 직원은 “저녁에는 정치권 거물들을 수시로 볼 수 있는데, 가끔은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가 여름 휴가에 들어간 8월에도 이 호텔만 성업 중인 이유는 뭘까. 바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워싱턴’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263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트럼프 정권 이후 미국 권력의 핵심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호텔’은 제2의 백악관이 된 지 오래다. 3월부터 6월까지 매일 전담기자를 배치해 살핀 결과, ‘정권 실세에 접근하려는 외국 외교관과 워싱턴 로비스트, 기자들이 뒤섞이는 공간이 됐다’고 전했다.

투숙객 및 주요 행사 주최자 명단은 호텔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 6월 방미한 클라우스 이호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이 이곳에 머물렀고, 4,600만달러 자산가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하루 숙박비가 500달러인 객실에서 6개월째 살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행사도 열렸는데, 숙박비ㆍ식대ㆍ시설 사용료 등 총 27만달러의 경비를 사우디 정부가 지원했다. 워싱턴을 찾는 한국의 고위관계자 상당수도 트럼프 정권과의 친분을 쌓기 위한 비공식 만남을 이곳에서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화당 지지 성향 거부들의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화당 자산가 300명이 1인당 3만5,000달러를 내는 후원 행사를 이 호텔에서 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0만달러를 몰아줬으며, 이번 달에도 데이나 로러배커(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빌 슈스터 의원 등 11명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후원행사를 가졌다.

트럼프 호텔이 미국 권부의 중심이 됐다는 내용의 워싱턴포스트 관련 기사.
트럼프 호텔이 미국 권부의 중심이 됐다는 내용의 워싱턴포스트 관련 기사.

트럼프 정권에 잘 보이려는 외국 정부와 공화당 지지자들의 성원 덕분일까.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4월 중순까지 6개월간 매출이 1,970만달러(225억원)에 달한다. 호텔 경영전문가인 마이클 벨리사리오는 “건물 사용료로 연방 정부에 월 25만달러(2억8,000만원)를 내는 걸 감안해도, 매우 뛰어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후광으로 놀라운 경영실적을 거두자,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그룹’이 미국에 잘 보이려는 외국 정부로부터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호텔과 연방정부의 거래를 관리ㆍ감독할 총무청(GSA) 장관을 고의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백악관은 “외국 정부ㆍ기관에서 발생한 수익 전액은 국고로 기부된다”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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