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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ㆍ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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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ㆍ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꼼수’

입력
2018.01.12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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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편법

“포괄임금제 이유 수당 못 받아”

전문직들 최저임금 사각지대

“도덕적 해이” 비난의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부산의 건축ㆍ설계사 사무소에서 일하는 김모(33)씨의 월급은 지난해와 같은 130만원이다. 새벽 퇴근이 일상일 정도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지만, 최저 월급인 157만3,770원(주40시간 근무 기준)에도 못 미친다. A씨는 11일 “회사에서는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야근비를 포함해 각종 수당을 안 줘도 된다고 버틴다”며 “불합리하지만 건축사 자격증을 따려면 3년의 실무경험이 필요해 그냥 참고 있다”고 털어놨다.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건축학 학위를 취득하고 또 관련 사무소에서 3년 동안 실무수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업계가 도제식인 탓에 다른 대학 동기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월급이 안 밀리는 건축사 사무소가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려는 꼼수와 편법은 편의점과 음식점 같은 영세 자영업뿐 아니라 의료기관과 건축ㆍ설계사, 변호사 사무소까지 이른바 ‘고소득 자영업자’인 원장, 소장님들 사이에서도 빈번하다. 특히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각종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탓에 최저임금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일지라도 11.9%가 올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종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져 소득 양극화가 뚜렷해진 탓이라지만,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기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동네의 중ㆍ소형 의원에서 이런 사례가 잇따른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내과의 간호조무사 정모(35)씨는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원장은 ‘주는 대로 받으라’고 말하더라”면서 “매일 얼굴 보는 원장한테 찍힐까 더 달라는 요구는 절대 못한다”고 했다. 가뜩이나 간호조무사는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거나, 최저임금을 받는 사례가 많아 10명 중 5명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상황(2016년 기준)에서 올해는 이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법을 다루는 변호사 역시 최저임금을 회피하는 편법을 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사무소에 3개월여 전 취업한 수습변호사 정모(26)씨는 “별도 지급하던 식대, 교통비를 기본급에 넣어 월급은 지난해와 제자리 걸음으로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면서 “주변에 말해봤자 그래도 많이 벌면서 왜 그러냐고 눈치를 줘 털어놓을 곳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이 조속히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아파트 경비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취약업종을 대상으로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전문직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전문직, 또 프리랜서 같은 전문시장 영역에서도 근로자들에게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들 역시 보호의 관점에서 다뤄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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